北 시장 쌀값 지역별 편차 커…혜산은 6000원 넘기도

지난달 한미연합훈련 명목으로 한 주민 이동 통제로 곡물 유통 원활하지 않았던 게 원인인 듯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별로 쌀가격의 편차가 크게 벌어졌다. 북한이 지난 3월 주민들의 이동을 강하게 통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53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17일 조사 당시보다 100원 상승한 가격이다.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에서도 지난달 31일 기준 쌀 1kg이 5400원에 거래돼 2주 전 조사 때보다 10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과 신의주 모두 5000원 초충반대의 가격으로 강보합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는 지난달 31일 기준 쌀 1kg이 6200원에 거래돼 6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보다는 900원, 신의주보다는 800원 비싼 가격이다.

혜산 시장의 쌀 가격은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17일 당시 가격(5700원)과 비교해봐도 8.8% 올라 평양, 신의주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지역별 쌀 가격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의심 환자 발생으로 지역 봉쇄가 이뤄지면서 물류가 차단되고 시장이 폐쇄돼 지역별 쌀 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또 2021년 6월 중순에는 평양과 혜산의 쌀 가격이 각각 3800원, 7000원으로 두 지역 간 가격 차이가 3200원에 달하기도 했는데, 당시 북한 당국은 조류 사체가 발견돼도 지역 주민들을 자택 격리시키고 물류와 이동을 금지시킬 만큼 강력한 봉쇄를 실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이번엔 죽은 제비 3마리 때문에…북한, 마을(里) ‘7일 봉쇄’)

하지만 지역 봉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처럼 지역별 시장 쌀 가격의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원활치 않은 지역 간 유통 상황이 핵심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4분기보다 1분기에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북한 곡물 가격의 패턴이지만 지역봉쇄라는 특수한 상황 이외에 지역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간 곡물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새로운 요인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4일부터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Freedom Shield)가 시작되면서 이를 빌미로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물건을 떼다 시장에 판매하는 도매상인이나 트럭 운송업자 등이 사업상 손해를 본 것으로도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한미연합훈련 빌미로 주민 이동 통제…한때 유통 마비)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1일까지 정세 긴장을 명목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했다.

다만 시장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쌀 만큼 지역 편차가 크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기준 평양 시장에서 옥수수 1kg 거래가는 2800원, 혜산 시장은 3100원으로 두 지역 간 가격 차이는 300원에 불과했다.

평양과 혜산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2주 전 조사 때보다 모두 100원씩 올라 강보합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