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연합훈련 빌미로 주민 이동 통제…한때 유통 마비

거주지 이탈 금지 명령에 다른 지역 나갔다가 급히 돌아가…상인·운송업자 예고 없던 통제에 불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6일)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하고 훈련시설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사진은 훈련 중인 북한 군인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Freedom Shield)’가 시작된 이달 4일 정세 긴장을 이유로 내부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4일 갑자기 주민 거주지 이탈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거주지가 아닌 곳을 방문 중이던 주민들은 서둘러 본 거주지로 돌아가야 했다.

4일은 한미 군 당국의 정례적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날로, 북한 당국은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 북한은 이튿날인 5일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침공 기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과 대한민국의 무분별한 군사 연습 소동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안보 불안을 각일각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것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기도’라고 명명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를 이용해 주민 통제를 강화한 셈이다.

특히 이번 거주지 이탈 금지 명령은 예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져 사업이나 공무로 다른 지역을 방문 중이었던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실례로 평안북도에 거주하면서 수입품이나 국내에서 생산된 물품을 떼다 시장에 판매하는 도매상 A씨는 지난 4일 물건을 받기 위해 평안남도 평성시를 방문 중이었다.

당시 그는 평성에서 물건을 실어 갈 계획이었으나 거주지로 복귀하라는 명령에 물건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물건값을 미리 치른 그는 혹여 장기간 이동이 통제돼 금전적인 손해가 커질까 봐 노심초사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활동하는 운송업자 B씨도 이날 물건을 운송하기 위해 평성에 방문했다가 거주지 복귀 명령이 떨어지면서 끝내 물건을 운송하지 못하고 신의주로 돌아가는 일을 겪었다.

이렇듯 거주지 이탈 금지 명령으로 한때 북한에서는 운송이나 유통이 마비되고 시장에 물건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예고 없이 이동을 통제한 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허구한 날 정세가 긴장되니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미리 알려라도 주면 장사에도 차질이 없을 텐데 이런 날이 년에 몇 번씩 계속되니 돈을 벌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은 “괴뢰도당 때문에 1년 내내 정세 긴장 상태에 있다”,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세력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며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에 영향을 받은 반응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