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평안북도 편] 신의주 여관의 비극

[북한 비화] 코로나 초기 발생한 집단 사망 사건…격리해놓고 약·물·식량도 제대로 공급 안 해

신종코로나
북한 신의주청년역에서 관계자가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초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여관에서 발생한 집단 사망 사건은 북한의 코로나 위기 대응 능력의 취약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의주시 백운동에 위치한 신의주 여관은 본래 신의주 출장·방문객을 위한 숙박 시설로 운영됐으나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격리 시설로 사용됐다. 실제 코로나 발생 직후 신의주 여관에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출장 나온 70여 명의 사람들이 집단 격리됐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 의심 증세가 있으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격리하는 식으로 초기 대응에 나섰는데, 그렇게 신의주 여관에 격리된 이들 중에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아주 심각한 상태에 이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보건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의료 자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격리자들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하물며 기초적인 의약품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격리자들은 그저 여관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물이나 음식도 불규칙적으로 공급돼 이들은 사실상 여관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기억하는 신의주의 한 주민은 “코로나 초기 때는 미열이 나도 그냥 다 격리시켰는데, 실제로 코로나가 터지고 여관에 격리된 타지 사람 70여 명 중 20여 명이 열흘 만에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여관 안에 격리돼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자 당황한 평안북도는 급히 운송 편을 조직해 아직 사망하지 않은 이들을 본거지로 이송했고, 이미 사망한 이들은 방역 규정에 따라 화장(火葬) 처리했다.

출장 간 남편이 신의주 여관에 격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만 기다렸던 평양시의 한 아내는 남편의 사망통지서와 뼛가루를 받아 안고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간절히 바랐는데 한 줌의 가루가 돼 돌아왔다”며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신의주시 주민들은 “당시 여관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 약을 제때 충분히 공급해줬다면 집단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신의주 여관 격리자 집단 사망 사건은 당시 신의주시 주민들 속에 파다하게 퍼졌지만, 당국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못하게 철저히 입단속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4년이 지난 지금 신의주시 주민의 입을 통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하에서 코로나 시기 직접 겪고, 목격한 비극적인 사건들은 국가 위기 대응 능력의 취약성을 실감하게 만든 사례로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라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체득했다. 보건 위기 상황 속에서 국가의 역할과 의무는 충분한 의료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 국민의 건강과 삶을 지키는 것,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