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학생들 교과서에서도 통일 지우기…단어에 줄 긋게 해

교재 재편찬할 계획…일일이 단어 지우는 수작업 번거롭다 한 소학교 교사 문제시돼 해임 처벌

평양제4소학교에서 학생들이 신학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학생들의 교과서에서도 ‘통일’을 지우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교육 부문에 교재 전면 검토 지시가 내려져 3월 초부터 말까지 논의가 이뤄졌고, 교재 재편찬을 계획적으로 다시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말한 이후 교육 부문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일단 올해는 교과서에 원주필(볼펜)이나 수지 연필로 국가에서 쓰지 못하게 한 단어에 줄을 긋는 식으로 집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 지시는 내각 교육성에서 내려와 도 교육국을 통해 각 학교 교무부에 접수됐고 교원들이 집행했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는 교과서를 수정 편찬해 배포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일단 임시방편으로 각 학교의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교과서 내에 있는 특정 금기 단어에 일일이 줄을 그어 보이지 않게 하는 작업을 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교원들은 학생들에게 ‘더 정확한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당의 정책에 따른 조치이므로 따라야 한다’고만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평안북도 의주시의 한 소학교에서는 교사가 이 지시를 집행하는 것이 번거롭다면서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전부 책상 서랍에 넣으라고 했다가 문제시돼 해임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교원들이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5분간 당에서 지적한 문구를 찌레긋기(줄긋기)하면서 학생들에게 당 정책에 대한 인식을 바로 심어주라고 했는데, 이 교사는 이것이 시끄럽다며 수작업도 하지 않고 교과서도 없이 수업한 것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의 정책에 따른 작업이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실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앞서 북한 당국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당의 대남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이를 받들어 후대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강습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이 교사는 사상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교원들은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회씩 도·시·군 교육 부문에서 주관하는 긴급 강습을 받았다”면서 “강습에서는 교수안과 강의안을 수정하고 강의 시에 필요치 않은 문구(통일)를 학생들에게 언급하지 말라면서 교원은 조국의 앞날을 떠메고 나갈 후비 양성의 혁명가들이므로 혁명가답게 사상적으로 무장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원들은 ‘통일이여 어서 오너라’ 이런 노래도 못 부르게 한 적은 있지만 행동으로 교재를 수정하고 교실에서 통일이라는 말도 못 하게 하는 것에 어이없어하고 있지만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는 해임될 수 있어 그저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