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北 명절 풍경…과거엔 거하게 음식 준비했지만…

주민들 "잘 먹는 날이 명절"이라며 평소 잘 먹는 것 중요시…잘 사는 집은 명절에 식당에서 식사

2019년 1월 1일 북한의 한 가정에서 차린 밥상. /사진=데일리NK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 가족과 함께 먹고 즐기던 북한의 명절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왔지만, 신의주시에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음식을 거하게 준비해 명절을 쇠던 풍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에서는 태양절, 광명성절을 비롯한 국가 최대 명절에 떡과 고기 등을 준비해 크게 상을 차려놓고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절에 흔히 볼 수 있던 이런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국가적 명절이면 세대마다 여러 가지 종류의 떡과 고기 등 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가정주부들의 고생이 컸는데, 최근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나 못사는 사람들이나 ‘잘 먹는 날이 명절’이라고 인식하면서 명절에 음식을 준비하는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들은 명절이면 고급 식당에서 비싼 돈을 주고 밥을 사 먹고, 반대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집들은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 명절 음식을 따로 준비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신의주시의 한 주민은 “이제는 촌스럽게 집에서 명절 음식을 하지 않는다”며 “나도 이번 태양절에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맛있는 한 끼를 먹었다”고 말했다.

가족 4명이 식당에 가서 한 끼 밥을 먹으면 400위안(한화 약 7만 6000원) 정도의 돈이 들지만, 음식을 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집에 음식 냄새가 밸 일도 없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다는 게 이 주민의 말이다.

반면 또 다른 한 주민은 “허리띠를 조여 매고 사는 게 일상이 됐다 보니 명절이 돌아와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며 “명절이라고 이것저것 음식을 해서 먹는 것보다 평소에 제대로 먹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쇠겠다고 무리하게 돈을 쓰거나 빚까지 져가며 음식을 준비했다가는 명절이 지나 입에 풀칠하기가 더 어려워져 이제는 명절에 음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태양절을 앞두고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많은 주민이 장마당에 몰려들어 복잡했지만, 올해는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더 한산한 느낌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명절만 되면 고기나 물고기 등의 음식 재료가 잘 팔리고 가격도 높아져 장마당 장사꾼들의 돈벌이가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장사꾼들은 올해처럼 손님이 많지 않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며 여러모로 벌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국영 식당은 명절이면 찾는 손님이 갈수록 많아져 수익을 더 잘 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