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함경북도 편] 국가 통제에 죽어간 주민들

[북한 비화] 2022년 유동 금지와 개인 의약품 판매 단속에 손 한 번 못 써보고 가족 떠나 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쓰고 평양 내 약국을 찾아 코로나19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파악했다고 지난 2022년 5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년 여름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에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유동이 철저히 금지되고 개인의 의약품 판매 또한 강력하게 단속되면서 주민들 특히 코로나 전부터 병을 앓고 있던 중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유동 금지 조치에 큰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도, 약을 받아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개인이 파는 의약품을 구할 수도 없어 마냥 고통을 감내하다 끝내 숨을 거두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개인의 의약품 판매를 전시법 위반으로 취급하면서 무자비하게 처벌했다.

실제 2022년 7월 중순 온성군의 한 의약품 장사꾼 부부가 처벌받은 사건은 온성군 내 개인 의약품 판매 단속의 대표적 사례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 부부는 국경봉쇄로 의약품 밀수가 불가능해지자 함경북도의 큰 병원이나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부대의 비상 의약품을 빼돌려 판매하다 적발돼 노동교화형 9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온성군은 국가의 의료 통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이 부부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크게 사건화했다.

그러나 이들이 판 의약품의 주 구매층은 노인이나 중환자 등 당장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 부부가 처벌받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은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 온성군 주민은 회고했다.

어찌 됐건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의약품 장사꾼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약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약조차 구하지 못한 주민들 속에서 사망자가 계속 발생했고, 그렇게 허무하게 가족을 떠나보낸 온성군 주민들은 이내 원성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국가적으로 약을 공급해주지도 않으면서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하면 아픈 사람들은 약을 어디서 구하냐”며 “의약품 공급 대책도 없이 유동을 금지하고 개인 의약품 판매를 단속해 사망자들만 늘어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개인 의약품 판매 단속이 흐지부지되더니 이듬해인 2023년에는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 온성군 주민들은 다시 개인에게서 의약품을 구하게 됐다. 국가가 의약품 공급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결국에는 개인 간 의약품 거래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온성군 주민은 “지금은 개인이 몰래 약을 팔거나 사는 것이 2022년 당시만큼 크게 처벌될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며 “결국 2022년 여름 유동 금지와 개인 의약품 판매 단속이라는 국가적 조치는 온성군 주민들에게 허망하게 가족, 이웃을 잃은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국가는 당시 엄격한 통제와 처벌만 할 뿐 주민들의 필요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대책 없이 무작정 통제만 하더니 지금은 도루묵이 됐고, 결국 그 과정에서 죽어 나간 건 주민들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