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에서 옷과 신발 등을 수입해 유통하는 공산품 도매상들이 소매상들로부터 대금을 거둬들이지 못해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최근 장마당에 옷이나 신발을 공급하는 혜산시 도매상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장마당 상인들에게 외상으로 준 물건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받을지조차 알 수 없는 암울한 전망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혜산시를 비롯한 양강도 국경 지역 장마당에는 중국산 옷이나 신발 등 공산품들을 예년에 비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 상품이 팔리지 않아 장마당 상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에게 물건을 대는 도매상들까지 속앓이하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 상품이 장마당에 많이 나와 있는데 경제난으로 장마당을 찾는 주민들이 줄어들면서 하루 종일 상품 하나 팔지 못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소매 상인들에게 일단 외상으로 물건을 넘긴 도매상들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도매상들은 내륙으로 보낸 물건의 대금도 받지 못해 ‘장사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지난 1월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온 한 도매상은 두 달여간 장마당 상인에게 외상으로 준 물건값을 받지 못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리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소식통은 “장마당에 가보면 상인들은 판매 부진으로 울상인데, 도매상들이 돈을 재촉하면 물건을 도로 가져가라고 배를 내밀기도 한다”며 “일주일에 물건이 한 개도 안 나갈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데 외상 물건에 대한 돈 단련까지 받으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게 장마당 상인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겉으로 보면 물건이 많아져 장마당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는 “주민들이 생활 곤란을 겪어 당장 끼니 해결도 힘들어하는 판국이니 장마당에서 공산품을 파는 상인들은 상품만 진열해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먹는 문제가 기본 해결 돼야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옷도 사고 신발도 살 텐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라서 장마당 공산품 상인들도, 그들에게 물건을 대는 도매상들도 아우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