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안남도에서 한 대학생이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할 처지에 놓이자 교수와 대학 일꾼을 찾아가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평성의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이 생활난으로 인해 학교에서 제기되는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지 못해 지난달 퇴학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며 “이에 이 학생이 담임 교수와 대학 간부들을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김모 씨는 제대 무렵에 추천을 받아 지난 2022년 평성의학대학에 입학했으며, 농장원인 부모가 마련해 보내준 돈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대학 공부를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생활난이 극심해진 탓에 더는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김 씨는 학교에서 부과되는 사회적 과제를 수개월 동안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밀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 자주 결석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최근 건설이 많아지면서 학교들에서 학생들에게 내리는 사회적 과제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에 이를 수행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그렇게 되면 이런 학생들이 속한 학급이 과제 수행에 미달하게 되고 담임 교수는 모임에서 망신과 추궁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담임 교수들은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직접 “밀린 돈을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정 어려우면 휴학했다가 사정이 좀 나아지면 다시 다니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학교에서 제기되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채 출석하면 과제 재촉이 심하고 이들을 보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차가워 아무리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된다”며 “그래서 결국에는 학생들이 돈벌이에 나서게 되는데 그것으로 결석이 빈번해지면 또 퇴학 대상자 명단에 오르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김 씨도 휴학하지 않고 계속 학업을 이어가면서 돈벌이도 해 밀린 돈을 바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지난 3월 퇴학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이에 김 씨는 지난달 말 담임 교수를 찾아가 “돈이 없으면 대학에 다니지 말아야 하느냐”, “돈을 내지 못하면 퇴학시키라는 방침이 있느냐”며 항의했다는 전언이다.
또 학교의 간부를 찾아가서는 “학교에서 내라는 돈을 마련하려면 결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 학교에 바치고 공부도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퇴학 명단데 이름을 올리는 법이 어디 있나. 있는 돈을 내지 않고 학교에 나오기 싫어 안 나왔다면 덜 억울하겠다. 정말 돈 없으면 공부할 방법이 없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국 김 씨는 퇴학을 당했다고 한다. 또 이번 학기에 김 씨와 같은 이유로 퇴학당한 평성의학대학의 학생 수는 10명 이상이며, 이들 모두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낙후자로 낙인찍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과거나 지금이나 대학교에서 내려지는 사회적 과제가 많아 살림이 어려우면 대학에 다니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학교란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다니는 곳이 돼버렸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스스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퇴학당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