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자녀 보내려는 부모 줄어…”세끼 밥 보장도 힘든데”

부모들에게서 뇌물 받아 생계 유지해온 유치원 교원들도 "밥이나 먹고 살 수 있겠냐" 신세 한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본부유치원.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혜산시에서 자식들을 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크게 줄어 평균 20명 정도 되던 일반 유치원 한 개 반이 올해는 겨우 1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아노나 첼로, 바이올린 등 악기를 가르치는 유치원에도 올해 등록한 유치원생 수가 1/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유치원을 포함해 모든 교육 기관이 4월 1일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유치원에 갈 자녀를 둔 부모들은 보통 3월 초순부터 자녀를 어느 유치원에 보낼지 결정하고 실력 있는 교원이 있는 좋은 반에 배정받을 수 있도록 안면 관계를 내세우거나 뇌물을 쓰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자녀를 좋은 반에 배정받게 하려고 유치원을 찾는 부모들이 한 유치원에 5명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근본 원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말이 무상이지 모든 게 돈인 데 하루 세끼 먹는 밥 보장도 어려운 주민들이 자식들을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악기를 가르치는 유치원들에도 내달 1일에 입학하기로 된 어린이가 한 반에 2~3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그래도 한 반에 6~7명 정도 됐는데, 올해는 2~3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유치원 교원들은 “밥이나 먹고 살 수 있겠냐”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모들에게서 뒷돈을 받아 챙겨 생계 걱정 없이 지냈던 것도 다 옛일이 됐다는 게 요즘 유치원 교원들의 말이다.

실제 혜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원은 “코로나 전까진 부모들에게서 달에 200~300위안씩 받았고, 몇몇은 자식을 잘 돌봐달라며 돈을 더 찔러주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유치원 교원은 시집갈 준비를 해야 하는 처녀들에게 꽤 괜찮은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일반 유치원도 도시락, 화장지 등 모든 것을 부모들이 자체로 준비해야 하는데 악기를 가르치는 유치원은 추가로 들어갈 돈이 더 많아 부모들도 부담이 돼 더더욱 보내지 않으려 하는 실정”이라며 “유치원 교원들도 맡는 어린이가 많아야 밥술이라도 제대로 뜰 텐데 지금은 그럴 만한 형편도 아니라서 유치원에 출근하기조차 싫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