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국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가 실질적으로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에 따라 한반도 내 군사 대결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밤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 후 705s만인 밤 10시 54분 13초에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당초 북한은 21일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22일 0시부터 12월 1일 사이에 인공위성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21일 밤에 기습적으로 발사를 단행했다.
북한이 기습 발사에 나선 것은 발사 당시 기상 조건에 더불어 여러 가지 정치적 의도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평안북도 일대에 비가 예보돼 있었던 데다 오는 30일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발사될 예정이어서 한국보다 먼저 발사하기 위해 기습 발사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의 기습 발사는 한미의 발사 탐지 및 추적에 대한 허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 당국은 북한의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찰위성의 성공 여부는 위성의 궤도 진입뿐만 아니라 지상 송신소와의 교신 및 사진과 영상 데이터 전송 여부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 센터장은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하더라도 초기 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하여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며 “이후 위성 플랫폼과 광학탑재체가 설계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데 최소 1~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북한 당국이 위성이 촬영한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전송받는다 해도 위성체 기술 수준이 조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북한의 1차 위성 발사 실패 후 인양된 낙하물을 조사한 결과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는 3m급에 불과했다. 가로·세로 3m에 해당하는 크기의 물체가 위성 영상에 점(Pixel) 하나로 찍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반면 우리 군의 정찰위성 해상도는 가로·세로 0.3~0.5m 수준으로, 북한과 비교하면 100배가량 정밀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를 통해 고성능 송수신 체계 및 고해상도 촬영 기술 등을 전수 받았다면 지난 1차 발사 때보다 성능이 한층 높아진 위성을 쏘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본보는 북한 내 고위 소식통을 통해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소속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러시아에 파견돼 ‘송수신 장비와 신호처리체계 및 고분해능 촬영 기술’과 관련된 기술 이전을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기술·과학자 20여 명 러시아 파견…위성 기술 지원받나)
문제는 북한이 고성능의 위성을 발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발사체를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시켰다면 이는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엔진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정 중량 300kg가량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릴 엔진 추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미사일 개발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함축성을 지닌다”며 “지나친 소형화가 아니더라도 핵탄두를 탑재할 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22일 오후 3시를 기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 및 정찰 활동을 복원한다.
이에 대해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각종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이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상응한 조치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며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게 있으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