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은 바이든 이후까지 생각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1월15일 수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회의에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기구를 폐지하는 결정이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 개정과 전통적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어느덧 3월이다. 김정은이 ‘2개 국가론, 필요시 영토완정 임무 수행’을 깜짝 선언한 지도 2개월이 지나고 있다. 북한은 그간 말폭탄과 전략전술적 도발을 통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해 왔으며 한미합동군사훈련(3.4~14), 한국총선(4.10) 등을 거치며 보다 고조될 것이다.

특히 영토조항을 삽입하는 최고인민회의 헌법 수정(5월 중순경 예상) 이후에는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서해 NLL 인근 순찰 등을 둘러싸고 남북한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세부 내용은 2024.2.19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북한 도발: 5월 중순 이후가 첫 시험대’ 참조)

이런 가운데 향후 세계 질서와 김정은의 중장기 정책노선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11.5) 열기가 이른바 ‘슈퍼 화요일’(3.5/민주·공화당 16개주 경선)을 계기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차분하게 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다루는 언론 기사도 많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는다. 김정은의 핵을 기반으로 한 도발이나 영토완정 위협에 너무 불안해하거나 과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전면전=김정은정권 멸망’ 등식(等式), 김정은이 지금 내부 문제에 주력하고 있는 점, 중·러의 사정 등을 비롯해 고려할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정신을 가다듬고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조를 촘촘히 해나가면 5월 중순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영토 규정을 둘러싼 남북한 간 충돌 국면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국면이다. 지구촌 전쟁, 신(新)안보위기, 제1패권국 미국 대선 등으로 인해 구조적 갈등 요인과 정세 유동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고 김정은의 대남-대외 행보도 이에 맞춰 보다 공세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도 ▲북한의 온·오프라인 도발과 전방위적 여론전에 대한 단기적 대응은 물론이고 ▲보다 구조적·장기적 관점에서 2025년 이후 북한 및 한반도 정세변화 추이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세부 내용은 2024.2.28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한반도 위기관리 방안’ 참조)

북한에서 2025년이 갖는 의미

2025년은 ①노동당 창건 80주년(10.10)이자 ②8차 당대회(2021.1)에서 제시한 경제 및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연도로서, 핵전력 고도화를 비롯한 각 부문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됨에 따라 집권 4기의 출발을 알리는 ③9차 당대회(2026.1 예정)가 조기 소집될 가능성이 큰 해이다.

*집권 1기: 2012.4 김정은, 당정군 최고 직위 취임 완료 → 2기: 2016.5 7차 당대회 → 3기: 2021.1 8차 당대회 → 4기: 2025년 하반기(?)

즉 2025년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히 굳히면서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이다. 즉 11월 미국 대선 이후 새로 출범하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와 가시적인 성과 거양을 위해 대타협(big deal)을 추진할 개연성이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변수

2025년 이후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여부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푸틴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데다 “내가 대통령이면 하루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다”(2023.5.3), “김정은은 나를 좋아해”(2023.12.2) 발언 등으로 볼 때 핵심 변수는 《트럼프 복귀 여부》로 집약된다.

“북한은 바이든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정은은 나를 좋아한다. 내가 대통령이었던 4년간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바이든은 두 문장을 하나로 잇지도 못하면서 핵 패키지를 김정은과 협상하고 있다. 핵무기와 다른 많은 것들을 보유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것이다.”(2023.12.2 트럼프의 대통령선거 유세 연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chemistry)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이 가동되고 있고 가치와 연대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이든은 80대 고령(1942년생)인 데다 경제문제와 글로벌 전장(戰場) 확대 등에 적의 대처하지 못해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재선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트럼프는 바이든 대북정책을 가장 약한고리 중의 하나로 보고 신랄히 비판하면서 김정은과 친서를 27통이나 교환하며 라포(rapport)를 형성한 자신이 ‘북핵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선전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 공로를 내세워 ‘노벨상’을 타려는 꿈을 아직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바이든을 상대로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지력 제고 정책을 내실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바이든이 ‘제2의 카터’처럼 재선에 실패하고 ‘미국 우선주의’(ME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치로 내걸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트럼프가 당선되는 상황도 가정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의 대미정책 복안

김정은은 신(新)냉전 대결구도 구상하에 윤석열·바이든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중·러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①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될 경우, 지금처럼 미국과 대화보다는 중·러와의 진영외교를 통해 경제외교적 입지 강화와 실리를 도모해 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②트럼프가 당선되고 푸틴과의 극적 대타협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도 가정하며 대처방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러-우 전쟁 종식은 곧바로 러시아의 대북한 관심과 지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정은은 강화된 핵전력과 중·러 관계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대화(군축협상)로 전략전술적 방향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긴밀해졌으므로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까지 핵전력 고도화로 바이든 입지 흔들기(‘트럼프 간접 지원’) →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 군축협상 모색(‘트럼프와 함께 춤을’) → 2025년 10월 당 창건 80주년 계기 9차 당대회 조기 소집, 경제건설 중심의 새로운 대내외정책 표방(‘김정은 집권 4기 완전 홀로서기’)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새로운 정책목표로 내걸고 총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는 점, 일본을 향해 비록 전제조건을 달긴 하였지만 ‘북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라는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점도 김정은의 이 같은 복안을 뒷받침해 준다.

*1.5 김정은은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지진피해 위로 전문 발송 / 2.15 김여정이 납북자·핵 문제 관련 전제조건을 달면서 ‘기시다 방북-북일 수교 가능성’ 언급

대응 방안

올해 남북관계 기상도는 매우 흐리다. 언제든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대폭우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 전략적 사고에 기초한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 통일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조기경보 활동을 강화하면서 핵공동대응체제를 빠른 시일 내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북중러 3각 연대의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공략, 북한과 불법적 거래를 하고 있는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 촉구, 일본의 신중한 대북 접촉 협조, UN·EU 등과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 공조 등 전방위적 외교활동도 병행 전개해 나가야 한다.

특히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7차 핵실험이라는 레드라인(red-line)을 넘어선다면, 북한을 유엔에서 퇴출시키는 고강도 압박정책을 전개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포스트 바이든 T/F’를 비공개리에 운용, 트럼프의 동맹 경시·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를 우리의 자주 국방력 강화(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에 역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맞춤형 자체 핵능력 강화 시나리오》를 성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70% 이상이 자체 핵무장을 찬성하는 작금의 상황을 무심코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과 학계를 통한 메시지 확산은 물론이고 막후 외교와 민간 차원의 접촉 채널을 풀가동하여 북한과 미국에 관련 메시지를 당당하게 전달함으로써 핵자주권 확대를 위한 우리 정부의 입지·협상력을 높이는 레버리지(leverage)로 활용해야 한다.

결론을 맺겠다. 김정은의 반민족적·반이성적 ‘2개국가-전쟁론’과 ‘포스트 바이든 정책’에 대응하는 바른길은 먼저, 1민족 1국가 평화통일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군축 회담 제의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튼튼한 안보태세하에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른 통일의 길이다.

다음으로 단기적으로는 바이든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한미 핵공동대응체제를 보다 내실화하는 게 중요하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2023년 4월 채택한 ‘워싱턴 선언’이 역진(逆進)이 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한편 보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복귀를 수세적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의 자체 핵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트럼프 노선이 오히려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앞의 1년도 중요하지만 10년, 20년, 100년을 봐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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