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상수도 시설에 여전히 강하천 물 길어 먹는 北 주민들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조사 결과 도시 50%, 농촌 65%가 수도 이용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압록강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상수도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는 절반 이상의 주민 세대가 수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물이나 하천에서 물을 길어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은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공동 수도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안남도 내 시(市) 또는 읍(邑) 지구 가구의 50%, 농촌지역에서는 전체 가구의 65%가 수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평성 같은 비교적 큰 도시에서도 수돗물이 나오는 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수도 공급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전력난으로 수돗물이 나오는 시간도 제한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2019년에 발표한 가정용 식수와 위생시설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수도관 설치 비율은 2000년 91%에 달했지만, 2017년 68%로 크게 감소했다.

상수도 시설 관리와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도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은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지역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상수도 시설에 대한 관리·보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수돗물 공급 시간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주택 주변에 설치된 우물이나 주변 하천 등에서 물을 길어와 생활용수나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도 노후화된 상하수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6차 전원회의에서 상수도 시설의 관리 및 생활용수의 공급과 이용 그리고 하수도 시설 관리와 폐수 처리 등에 관한 상·하수도법을 개정했다.

북한 당국은 법 개정 이후 공장기업소의 산업폐수 무단 방류 여부를 검열하고 공장 주변 강물의 오염 정도를 조사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상하수도법 강력 집행 지시…주타격대상은 평안남도)

그에 앞서 지난해에는 상하수도, 지하수 및 하천 등에 대한 식용 적합도 검사를 실시했으나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에서 식수로 이용 가능한 물은 10% 이하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상하수도 수질검사 결과 음용 부적합 판정…전염병 우려 확산)

노후화된 상하수도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북한 당국은 재원 및 기술 부족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주민들이 우물이나 하천에서 물을 길어 먹는 것이 일상화, 보편화돼 있다 보니 수도 개선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

소식통은 “항상 우물이나 강에서 물을 길어다 먹기 때문에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며 “그러나 겨울이 되면 물이 부족해지고 강이 얼어붙어 길어 먹기도 힘들어질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