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선 인기 없는 고층 아파트…”불편함과 고단함만 줘”

엘리베이터도 없고 수도도 제대로 공급 안 돼…"실상에 안 맞는 아파트 지어주면 뭐 하냐" 불만

2018년 11월에 촬영된 나선시의 한 고층 아파트.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와 회령시 등에 최근 몇 년간 고층 아파트가 새로 건설됐지만, 정작 주민들은 고층에 살기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올해 들어 청진시와 회령시 등에 몇 년 전부터 지어 오던 고층 아파트 건설이 완공돼 일부 주민은 이미 입사(입주)해 살고 있고 일부는 입사 예정”이라면서 “그런데 고층에 사는 불편이 한둘이 아니어서 아무도 고층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에서는 5~6년 전부터 당국의 지시에 따라 도 자체의 힘으로 고층 아파트 건설이 시작됐고, 현재 완공돼 몇몇 주민들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오르내리기 힘들고 전력난에 수도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옛날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4~5층짜리인데 4~5층도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수요가 낮아 1~2층에 비해 가격이 쌌다”면서 “조건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10층 이상으로 높이만 높아졌으니 인기 있을 리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판국에 높은 층을 오르내리려면 체력적으로 힘만 더 들어 고층 아파트에 대한 주민 수요는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고층 아파트 살림집 1채 가격은 일반 땅집(단층집)보다 더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청진시 고층 아파트 가격은 1만 5000~2만 위안 정도 되지만 땅집은 2만~2만 5000 위안 정도 된다”고 했다.

아울러 회령시에도 땅집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라는 국가적 방침에 따라 고층 아파트들이 새롭게 들어섰지만,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어 고층 살림집을 배정받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로 아파트 건설에 투자한 사람들이 낮은 층을, 철거된 주민들이 높은 층을 배정받는다”면서 “고층 세대는 수도도 제대로 공급 안 되고 승강기가 없어 오르내리기도 힘드니 인기가 없어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 위주로 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계단을 올라 집까지 날라야 하고, 땔감 등 생활에 필요한 것도 다 짊어지고 올라가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고층 아파트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생활상의 불편함과 고단함만 주고 있다”며 “주민들은 실상에 전혀 맞지 않는 그런 아파트를 지어주면 뭐 하냐고 불만하고 하루빨리 생활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현재로서는 꿈에 불과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