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림집 건설 비리 신소한 주민들…중앙당 ‘불호령’

"부패 타락, 형식적 일본새 조사해 강하게 처벌" 지시…조사 대상된 간부 아내들 신소 주민에 '앙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8월 9일 “당이 제시한 사회주의농촌혁명 강령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실증하며 평안남도·자강도·강원도·양강도의 여러 농촌마을에 문화주택들이 연이어 일떠섰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내 일부 지역 주민들이 농촌 살림집 건설 과정에서 비리 행위를 저지른 인민위원회 간부, 책임자들을 당 기관에 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앙당의 지시에 따른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월 초 황해북도 사리원시, 강원도 원산시에서 농촌 살림집 건설이라는 당정책을 핑계로 인민위원회 간부, 건설 책임자가 저지른 여러 형태의 비리 행위가 각 당위원회에 신소돼 중앙당에까지 보고됐다”며 “이에 중앙당은 철저한 조사를 벌여 부패한 간부들을 처벌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리원시에서는 인민위원회 모 간부가 농촌 살림집 건설대 책임자에 자기 친척을 임명하고 건설 자재를 빼돌렸다는 내용의 주민 신소가 접수됐다.

또 원산시에서는 인민위원회가 임명한 농촌 살림집 건설지휘부 참모장이 살림집 준공 석 달 전부터 미리 살림집을 배정하고, 세대별로 문, 창문, 유리, 비닐박막을 자체적으로 구해 준공행사를 보장하도록 하면서 자재를 구하지 못한 세대들에 야매가격(시장가격)으로 자재를 팔아 돈벌이 했다는 신소가 제기됐다.

이밖에 평안남도 안주시와 함경남도 함주군에서는 날림식으로 살림집을 건설해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는 주민 신소도 빗발쳤다.

안주시의 경우에는 살림집에 정화조가 없어 위생실(화장실)과 부엌의 오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도 건설을 책임진 이들이 이를 여태껏 나몰라라 하며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는 신소가 있었다.

함주군에서는 농촌의 단층 살림집 지붕 부실 공사로 눈이 오면 천장이 얼룩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1호 행사(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가 열린 연포온실농장 인근 살림집과 대비해 볼 때 질적인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는 내용으로 신소를 올렸다.

이달 초 제기된 이 같은 주민 신소를 접수한 해당 지역 당위원회들은 상급인 도(道) 당위원회에 보고했고, 도 당위원회는 이를 중앙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앙당은 사회안전성과 협동해 지방 농촌 살림집 건설 책임자, 그와 연관된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부패 타락, 형식적인 일본새를 이번 기회에 철저히 조사해 강한 당적, 법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밝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중앙당은 이번에 신소가 제기된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농촌 살림집 건설 과정에서 인민위원회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등의 비리 행위가 있었는지 각 도당과 안전국이 공동 조사해 이달 말까지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일부 지방 농촌 살림집 건설 책임자들 속에서는 ‘사람들이 뼈다귀 살림집이라도 일 없다(괜찮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일본새가 잘못됐다고 몰고 간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식통은 “조사 대상이 된 인민위원회 간부, 건설 책임자 남편을 둔 아내들은 신소한 주민들을 미워하며 앙심을 품고 있다”면서 “이에 각 지역 보위부들에는 이번 살림집 건설 비리 조사 과정에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지 않게 통제하라는 국가보위성의 내적 지시까지 내려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농촌 살림집 건설은 2021년 12월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표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에 따라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촌에 현대적인 살림집을 건설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지방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판 새마을운동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