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기사 후폭풍…”적과 내통하는 불순분자 색출” 지시 하달

1호 심려 사안이라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이 조용히 정리…비리 보위원은 1~2년 뒤 소환 가능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장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북한 건설회사 담당 보위원의 비리를 폭로한 본보의 제보 기사와 관련, 북한 당국이 러시아 현지 노동자들의 호상(상호) 감시 강화와 더불어 ‘적(敵)들과 내통하는 내부 불순분자 색출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데일리NK 러시아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은 지난달 중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시문을 현지 보위원들에 하달했다. 제보에 따른 실상 보도가 지속되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지시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국가보위성은 어떤 형태로든 남측과의 접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의 체제 이탈 즉, 탈북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 이를 반드시 장악·통제해야 할 위험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국가보위성의 지시가 내려진 이후 러시아 현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위원들의 단속이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 괴뢰한국 라면을 먹거나 인터네트(인터넷)에 접속하는 자들은 다 손목을 분질러 놓겠다고 하고, 걸리면 시범으로 체포해 조국으로 소환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보를 통해 보위원의 비리가 폭로된 사안은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 선에서 조용히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이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하는 1호 심려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번 건은 당에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국가보위성은 이러한 폭로나 고발이 반복될 시 상부에 제의서를 올려야 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더욱이 소식통은 “(보도) 내용이 맞든 아니든 일단 제기되고 거론되는 행태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라 여긴다”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적으로 시선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이번에 비리가 폭로된 보위원의 처벌될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당장 교체하는 것은 (보도가)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보위기관의 영상(이미지)을 흐린 일이기 때문에 1~2년 후 다른 구실을 잡아 소환 교체를 하든 어떻게든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대북 소식통은 “해임돼도 솔직히 ‘도적이 나가면 강도가 들어온다’고 그놈이 그놈이긴 하다”며 “결국 조선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 해외 노동자들의 억울함과 울분을 지켜주는 건 조선 정부가 아니라 언론이라는 점을 알고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고 보위원의 횡포를 막는데도 다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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