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수돗물 공급 중단…어린아이·노인들 물 길으러 다녀

물 길어 오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 속출…국가 차원의 문제 해결 움직임 없어 주민들 불만

북한 자강도 중강진 압록강변에서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2019년 1월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에 10대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압록강이나 우물에서 물을 길으러 다니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20도 이하의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았던 것.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강이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써야 했는데, 세대주는 직장에, 아내들은 시장에 나가야 해 아이와 노인들이 물 긷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렇게 혜산시의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물 긷기에 나서면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달 초 혜산시의 어느 한 동에서는 노인과 10대의 남아 2명이 미끄러져 넘어져 팔을 다쳐 석고 붕대로 싸는 일이 벌어졌다.

소식통은 “길이 경사지고 미끄러워서 빈 몸으로 다니기도 어려운데 물통을 실은 썰매를 끌고 다니니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물통이 깨지면 다시 구하기가 어려워 넘어질 때도 물통을 보호하려고 몸을 사리지 않아 또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다친 아이도 넘어질 때 온몸으로 물통을 보호하다가 팔을 다쳤다”면서 “한창 뛰어놀아야 할 어린아이들이 물을 길으러 다니고, 거기에 더해 넘어지면서 다치기까지 하니 부모들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역 인민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추운 겨울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어린아이, 노인들까지 고생하고 있는데 나라에서는 제대로 사정을 파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면서 “쌀부터 해서 모든 것이 부족한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견디며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쉬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