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는 분위기에 일조하고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며 교섭능력 강화책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은 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은 2024년 미국의 대선에 큰 관심을 둘 것이 유력하다”며 “특히 내년 대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이후 미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3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미국을 겨냥한 강력한 핵·미사일 도발 정세를 조성해 미국 대선 초기국면부터 북핵 문제가 중심 이슈로 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 실장은 “북한이 난제였던 특정 핵 고도화 기술 능력 확보를 시연하거나 과장한 후 핵보유국 지위 달성을 대대적으로 공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비핵화’ 회담이 아닌 ‘핵 군축’ 회담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을 헌법화했으며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해 언제든 핵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실장은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적 미끼를 던짐으로써 미국의 대선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대선 전 트럼프를 향해 다양한 대미 신뢰 회복 제안 등을 집중적으로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1차 목적인 반미 연대와 한·미·일 협력 대응의 효과는 약하거나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전략이 상이하고 북한의 요구를 중·러가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 고도화가 지속되고 안보리 제재결의안 채택 노력이 반복될수록 중·러의 전략적 부담은 증가할 것이며, 더욱이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기대하는 군사협력 대가 등을 지불하는데 인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행태를 예상한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수 지원을 나누어 제공해 가급적 러·북 군사협력을 오래 끌려 할 것으로 예상돼 러·북 군사협력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정 실장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해군 사령관이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수함 관련 시설은 방문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직전인 지난달 초 수중에서 핵공격이 가능한 북한식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1800t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으로 함교 부분에 10개 가량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 발사관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사일 탑재를 위해 함교 등의 부분을 확대·과장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잠수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잠수함을 급하게 공개한 이유는 러시아에 핵잠수함 관련 기술 협력을 요구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초 핵잠수함 시찰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로부터 거절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러시아는 핵잠수함과 같은 민감한 군사기술을 북한에 당장 제공할 계획이 없으며 위성 기술 이전도 북한의 수준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