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의 ‘3월 총선’이 오리무중이다

북한 주민들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선거 선거명부자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금 대한민국은 4월 총선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 정당의 공약과 22대 국회에 진출하려는 후보자 동정이 신문·방송을 도배질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북한도 올해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 격) 대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제14기 대의원의 5년 임기가 3월 10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동향 전무(全無)

정치 일정(제14기 전례)에 준하면, 제15기 최고인민회의는 1월 초 대의원 선거 공고 → 3.11경 선거 실시 → 3.22경 첫 최고인민회의 소집 공고 → 4.12경 개막회의 소집의 프로세스로 진행되어 국무위원장 재선출, 헌법 수정 등과 같은 중요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2월 중순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동향이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지난해 11월 26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선거인 명부 파악 등 행정 준비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다.

지연 이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지연의 가장 큰 사유는 김정은의 ‘2개국가론’ 후속조치의 핵심 중 핵심인 《헌법수정을 통한 영토 조항 삽입》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최고인민회의가 헌법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에 소집될 최고인민회의의 무게는 남다르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정은 연설 후속 조치 이행에 주력하면서 말폭탄,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내부 단속과 외부 긴장을 조성해 오고 있다. 외신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 보도를 쏟아낼 정도로 위기는 고조되었지만, 정작 북한의 도발 수위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종의 숨 고르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수정을 통해 ‘2개국가론에 기초한 영토 조항을 삽입’한 이후에는 모든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즉 남과 북 사이에 영토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 과거와 다른 고강도 직접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시정연설,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다.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다”는 경고가 허언(虛言)이 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회의 소집 시기 예상

북한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정은이 내부 단속과 후속 조치 이행을 넘어 외부 정세 조작으로 다시 눈을 돌릴 중요한 변곡점(turning point)은 영토 규정 헌법 삽입이 예고되어 있는 차기 최고인민회의 이후가 될 것이다.

헌법 수정은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마지막 회의 또는 제15기 대의원 선거 후 새로 구성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진행하는 방안 등 2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제14기 임기가 3월 10일까지로 채 1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점 ▲헌법개정 같은 후속 조치가 단시간 내 끝낼 수 없는 고난도 과정이라는 점 ▲실제로 2월 7일 남북경제협력 관련법 폐지, 문평지구 국토건설법령 채택, 중앙재판소 인사개편 등 현안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제14기 30차)가 이미 소집되었던 점 ▲한반도 정세와 헌법수정 이후 파급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새로 구성되는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북한이 새로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무작정 미룰 수는 없을 것이지만, 선거 및 1차 회의 소집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①헌법 수정을 비롯한 후속 조치 진행 정도 ②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③러시아 대선(3.15)과 푸틴 방북 ④한국 4월 총선 ⑤미국 11월 대선 등과 같은 굵직한 정치군사외교 일정 ⑥계절적으로 3월 중순 이후가 대북전단 살포에 적절한 남동풍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맺음말

이 같은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김정은은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첫 회의 소집을 가능한 늦춰 당분간 숨 고르기와 정세관리(전략전술적 도발과 심리전, 민감한 정치 일정이 몰려있는 3~4월 회피)에 주력하면서, ‘1월 초 공고, 3월 초 총선, 4월 초 개원’ → ‘2월 말 공고, 4월 중 총선, 5월 중 개원’으로 변경하여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개국가론-전쟁론’의 첫 시험대는 최고인민회의 헌법 수정 이후 북측이 영토 침범으로 자의적으로 규정할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 ▲서해경계선(NLL) 마찰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의 계기를 상정할 수 있는 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위 글은 필자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관 『NK포럼』(2.16)에서 발제하는 ‘북한의 도발·심리전 전망과 우리의 대응 방향’ 중 일부를 발췌, 보완·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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