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이후 각 분야의 대전환을 통한 제2의 국가 대도약을 목표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실용(實用)을 핵심 캐치프레이즈의 하나로 내걸고 있다.
새로운 도전
따라서 현 정부의 정책은 지난 시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폐기·윤석열 정부의 대일관계 복원 계승과 같이 사안이 유용하고 효과적이라면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인사도 능력주의를 가미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공과(功過)에 대해서도 정파 간은 물론 진영 내에서조차 상당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좌-우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지배해온 한국사회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며 새로운 실험, 도전(new challenge)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북정책은 여전히 옛 버전
그렇지만 북한문제로 눈을 돌려 보면 새로운 도전과 180도 다른 기조, 구태의연한 행보가 여전히 대세(大勢)다. 특히 정부와 민간에서 집권 진영을 대표하는 빅 스피커(big speaker)들의 언행은 ‘특별’, ‘예외’와 같은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메시지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 약간 과한 용어를 빌리면, ‘외눈박이’, ‘퇴행’, ‘무책임’이라는 말이 보다 적합할 듯하다. 관계자들은 아니라며 펄쩍 뛰겠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지난 1년여를 돌이켜 보면, ▲이상과 소망에 기초한 말의 성찬 ▲일방적 양보와 김정은 선처 기다리기 ▲양날개(일부 멀쩡한 날개마저도 부러뜨리고)가 아닌 외날개로만 날려 하고 있다.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가성비가 만천하에 판명된 상처투성이의 좌날개만을 붙들고 “이 방법만이 최고야. 난 할 수 있어. 우리는 날 수 있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그런 사이에 시간은 마냥 흘러가고, 김정은은 더욱 가공할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역풍, 북풍, 돌개풍이 한반도 상공을 더욱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는데도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부족했어. 조금 더 참고 노력하면 바람 방향도 바뀔 거야”라는 자기암시를 하며 국민에게도 같은 미몽(迷夢)을 주입시키고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으로 대표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남북문제는 더 이상 민족 내부 문제가 아님)이 엄청나게 변했고, 앞으로 빛의 속도로 더욱 빠르게 변해 나갈 터인데, 먼 옛날 선조들이 하늘만 쳐다보며 빌던 시절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과 행동을 일삼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에 빗대면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다.
민족마저도 부정하는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의 신노선(핵, 주민 통제, 진영외교를 기반으로 한 ‘적대적 2 국가론’)과 과거 우리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계승 발전에 기초하여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과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현실적-입체적-장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해도 난제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형국인데, 소망-진영-단기이벤트에 기초한 목소리만 들린다.
선을 넘는 행동
요즘 들어서는 이 같은 시대착오적 외눈박이들의 행동이 더욱 극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즉 진영 내에서 불거졌던,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논쟁 수준을 넘어 대통령의 실용·국익 외교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같은 안보의 근본 문제까지 문제로 삼는다. 기가 막힌다. ‘뭣이 중한디’라는 영화 대사마저 떠오른다.
세상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복잡다기하게 변하고 있는데 이들의 사고는 20여 년 전, 아니, 반세기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좋은 조건에서도 실패했던 과거 포용 정책만을 신줏단지처럼 모신다. “뭐뭐 했었더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 하며 가정법 속에서 산다. 모든 것을 보수 정부와 미국, 유엔의 대북제재 탓으로만 돌린다.
새로운 것이라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쌍팔년도 정책 중 하나를 조금 리모델링하여 내놓고, 안보와 자유를 중시하는 미래지향적 보수성향의 정책은 무조건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오로지 남북 교류협력 복원에만 올인한다. “미국과도 각을 세워야 한다”는 식의 비현실적 목소리만 높인다.
그렇지만 김정은에게는 한없이 자애롭다. 오히려 독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시대착오적-반민족적 ‘적대적 2 국가론’과 ‘대(對)주민 폭정’에는 눈감고, 우리 안보의 서까래마저 빼서 선물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미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은 걱정 어린 눈길로 우리를 주시한다.
그러나 평화는 ‘참는다고, 양보한다고,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야 이루어진다. 달콤한 미봉책이 아니라, 쓰더라도 영구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진정한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까지 있을까?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 또 하나의 긴 글이 될 것이므로, 오늘은 필자의 지론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필자는 2023년 봄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라는 소책자를 출간한 바 있다.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람직한 대북정책의 방향은 여전하다. 즉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되 대북 직선로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류보편적 관점에서 북한을 당당히 상대하면서 ▲세계로-미래로 묵묵히 나아가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루어질 ▲한류 전파는 대결 정책이 아니라 남북을 하나로 잇는 민족 동질화 과정,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다.
끝으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융합·통섭을 통한 참신한 사고가 핵심 트렌드이며, 외눈박이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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