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미배치 청소년에 대한 교양 강화 지시…부모들 통제 ‘진땀’

배치된 직장에 나가기 거부하며 놀고 있는 청소년들 장악 요구…부모들 "대책 없이 옥죈다" 불만

평양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300여 명이 최전방 국경 초소로 탄원 입대했다고 노동신문이 2025년 2월 2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뒤 아직 직장에 배치되지 않았거나 배치를 거부한 청소년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배치 청소년들이 무리 지어 다니며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인민반은 물론 부모들까지 동원해 이들의 일상적인 행적을 관리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18일 데일리NK 남포시 소식통에 따르면, 남포시 인민위원회는 지난 5일 각 구역 인민위원회를 통해 동사무소와 인민반에 올해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17~18세 청소년들 가운데 배치된 직장에 나가기를 거부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 이들을 장악하고, 이들에 대한 교양을 강화할 데 대한 중앙의 지시를 포치했다.

이들이 조직의 통제에서 벗어난 채 무리 지어 다니면서 함께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적발되거나 패싸움을 벌여 물의를 일으키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이것이 중앙에까지 보고되면서 교양과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미배치 청소년들의 화려한 옷을 입거나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머리 모양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 직장에 나갈 대신 장마당 주변에서 불법 장사를 하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미배치 청소년들이 겉멋을 부린 채 공공연히 어울려 다니고 ‘돈벼락이 안 떨어지나’ 하는 식으로 장마당 주변을 맴돌며 불법 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며 “이들이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흐리고 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력하게 교양, 통제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 같은 현상이 더 확산하기 전에 미배치 청소년들의 직장 배치를 서두르는 한편 배치가 이뤄질 때까지 인민반장과 부모들이 이들의 행적을 매일 확인하고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남포시 와우도구역의 한 인민반장은 지난 5일 저녁 인민반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미배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낮시간에 밖에 나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단단히 단속하라고 통보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배치 자녀들이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당사자는 물론 부모에게도 행정적 또는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방침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배치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자녀들의 직장 배치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뜩이나 고심 중인데, 강력한 교양 통제 지시를 내리고 모든 책임을 가정 교양 부족으로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또한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도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경기 침체와 공장·기업소의 가동률 저하로 졸업생들을 수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 데다, 직장에 배치되더라도 배급이나 생활비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장사를 통한 돈벌이를 선호하는 풍조가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미배치 청소년들을 제도적으로 흡수하려는 대책 없이 오로지 옥죄는 식으로 통제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부모들은 자녀가 혹시라도 문제시돼 처벌받을까 우려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지시 이후 남포시 안전부는 당구장과 롤러스케이트장, 커피집, 공원 등 청소년들이 밀집할 만한 장소를 중심으로 순찰 단속을 강화하며 상시적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기습 검열과 신분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청년동맹 규찰대도 거리를 배회하는 미배치 청소년들을 붙잡아 당장 노동력이 필요한 현장에 보내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시내 도로 보수 작업이나 가을철 일손이 부족한 농장 등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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