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국방부 등 6개 부처 개각(8.30)에 따른 후속 조치이다. 통상 장관 인사(人事)는 대통령의 인재관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증좌이다.
따라서 필자도 개각 시즌을 맞이하여 국가 안보와 국익 창출을 리드해나가는 안보부처 드림팀 편성과 관련한 평소 소견을 간략히 피력해 보고자 한다. 39년간 공·사적으로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는 사람의 눈을 한번 엿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루는 주제가 인사라서 조금은 조심스럽다. 나 자신도 부족한 게 많고,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한 정반합(正反合) 사고의 길을 터는 단초 정도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관련된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핵심 포인트
대통령이 안보부처 장관을 발탁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수히 많다. 필자에게 자문을 구한다면, 우선 고려할 점으로는 4가지 즉, ▲국가 비전 ▲부처 정체성 ▲북한 및 국제 정세 ▲능력 등을 꼽고 싶다.
먼저 ‘국가 비전’은 특정 정권의 목표를 뛰어넘는 지속적인 것이어야 한다. “5년 정권이 유한하고 짧다”는 점은 지난 역사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자기 정권은 예외”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안보 분야 만큼은 외날개(진영)가 아닌 좌우 양날개(융합)로 함께 날아야 한다. 단절-회귀(독주)가 아닌 계승-발전(계주)이 핵심 기조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안보팀 정체성이 획일화되어서는 안 된다. 각 부처 특성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임자를 선정하고 숙의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세 번째로 북한 및 국제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고정관념이나 이상·소망과 같은 확증편향(確證偏向)이 설 자리를 만들어 주어서는 안 된다. 진단이 틀리면 만 가지 처방이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해(害)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능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능력이란 실무 수행력만이 아니다. 부처 내외에서 맞닥뜨릴 현안을 이상과 현실, 자주와 동맹, 민족과 글로벌, 자기와 타 부처를 함께 고려하며 융합해 나가는 개방성과 통섭력(統攝力: 다른 생각들을 묶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못지않게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내(부처) 생각만이 옳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이른바 꼰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안보 드림팀
그렇다면 안보부처는 어떻게 편성되는 게 좋을까? 현 정부 들어 ‘자주파-동맹파 논쟁’이 전개된 적이 있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필자가 동의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른바 이 두 파는 싫든 좋든 따로 놀아선 안 되며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토의한 후 시행해 나가는 게 맞다(2025.10.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나는 자주동맹파다’ 참조).
국정원이 통일부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국정원은 국정원답게, 통일부는 통일부답게, 국방부는 국방부답게, 외교부는 외교부답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며 대통령과 국민은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자유민주사회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diversity)이다. 부처별 정체성을 부정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끄러운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이 물밑에서 조용히 하나의 목소리(one voice: 전략)를 만들고, 필요시 대강(大綱)을 발표하는 가운데, 각 부처가 역할을 분담하여 공식-비공식 액션(diverse action: 전술)을 취해 나가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국가는 선한 이야기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가용한 모든 인적·물적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과의 유기적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안보 드림팀’은 공격이나 수비형 인물 일변도로 편성된 팀이 아니라 두 성향의 인사가 공존하며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즉 ▲국가정보원 원장과 국방부 장관은 묵묵히 위험을 예방해 나가는 ‘수비형’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막힌 곳을 뚫고 나가는 ‘공격형’ ▲국가안보실 실장은 글로벌 전략적 사고와 통섭력으로 안보부처와 세계 각국을 지혜롭게 조율해 나가는 ‘융합형’ 등 3개의 꼭짓점으로 조합을 짠 ‘삼각형(triangle) 팀’이다.
장관 적임자
①국가정보원 원장
국정원은 1년 365일 24시간 불철주야 전 세계 온-오프라인과 우주를 추적·관리하며 움직이는 조직이다. 공격과 수비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원장이 소통령(小統領)이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국정원장은 ▲탈(脫)정치-글로벌 정보 마인드,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국내외 및 온-오프라인 업무를 올라운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나이가 많지 않고, 경제 지식이 있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현실은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 정보와는 무관한 법조·군·학계 인물이 대통령 선거 승리에 기여한 최측근이라는 점이 고려되어 발탁되었으며,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서는 입으로는 탈정치를 외치면서도, 정치 10단을 원장으로 앉히는 몰염치한 행동까지 서슴없이 자행했다. “남북대화 통로 복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 정부의 원장도 정치인은 아니지만 비슷한 임무를 부여받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세간에는 많다.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정원의 임무 중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남북대화는 더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국익, 방첩 및 대테러, 사이버, 우주, 수사지원 정보 및 세계 각국 정보기관과의 교류협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사이버-우주를 커버하는 광범위한 임무의 특성상 외부 인사가 책임자로 임명될 경우, 당사자나 조직 모두가 함께 어려운 게 경험적 사실이다.
이제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이한 국정원은 국정원에 돌려주어야 한다. 잘하든 잘못하든 정보맨들에게 맡기고 조용히 지켜봐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탈정치 전문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군도 검찰도 경찰도 모두 수장을 내부에서 발탁하고 있는데, 왜 국정원만 외부에서 수혈해야만 하는가? 그간 내부에서 발탁되었던 원장들이 쓴잔을 마셔서인가?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정보맨답게 행동하지 않고, 정치권 눈치를 보며 원칙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개혁 의지를 갖고 캠프에 몸담거나 정치적 측근이 아닌 ‘안보와 국익에 정통한 진정한 정보맨을 내부에서 발탁한 후 임무 수행에만 몰두케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면, 국정원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②통일부 장관
필자는 2023년 초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책자를 출간하면서 “세상이 완전히 변했다. 이제 통일부 장관은 게임을 할 줄 아는 30대 여성이 기용되었으면 좋겠다”는 깜짝(surprise) 아이디어를 낸 바 있다. 북한을 상대하는 기존의 관점과 방식이 이미 한계를 노정했으며, 이제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상과 향수, 도덕적 우월주의 속에 살고 있는 원로급 인사는 시대적 사명을 다한 듯하다. 김정은이 민족과 교류협력·통일을 전면 부정하는 ‘적대적 2국가론’을 주창하고 국내에서는 ‘통일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단과 6·25전쟁의 아픈 경험을 직접 겪은 세대는 거의 퇴장하고 선진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풍요를 느끼며 살아온 젊은층(북한과 온-오프라인 교류 경험이 단 1도 없음)이 중추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통일부의 임무와 활동, 바람직한 리더(leader)상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볼 시기이다. 차제에 공평, 정의, 글로벌 마인드를 중시하는 청년층을 대표하는 젊은 장관을 파격적으로 기용하여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남과 북의 청년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운데 ▲긴 호흡과 넘치는 열정으로 북한을 향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남북 청소년 간 온-오프라인 교류와 같은 손에 잡히는 새로운 형식의 협력을 유도하는 창의적인 실험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③국방부 장관
국방부 장관은 군복을 입지 않고 50만 대군을 지휘하는 군인이다. 오로지 국가 안위를 최우선에 두고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인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직언(直言)하고, 북한에도 직접 경고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장성 출신이 적임자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적대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문민장관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④외교부 장관
외교부 장관은 경제, 방산은 물론 문화, 원조 등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전략전술적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인물이 발탁되어야 한다. ▲조용한 외교, 동맹 외교만의 시대는 지나갔다. ▲오늘날 세계는 적과도 손을 잡고, 동맹과도 지혜로운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는 무한 경쟁의 다극화 시대이다. 따라서 굳이 프로토콜에 충실한 직업 외교관일 필요는 없다. ▲글로벌 전략 마인드와 강한 추진력이 있는 국회의원, 기업가 출신이 적임자일 수도 있다.
⑤국가안보실 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악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직위이다. ▲북한은 물론 국내외 질서의 과거-현재-미래 흐름을 한눈에 읽으면서 ▲진보-보수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균형감각을 가지고 안보부처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 국익을 위해서는 특정 진영으로부터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적 마인드는 물론이고 다른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통섭력’이 그 어느 능력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사족(蛇足): 60대 후반부터는 일선이 아닌 자문역으로 물러나야
지금 안보부처 장관들은 다른 일반 부처 장관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 최연소자가 만 65세이고 최고령자는 만 73세다. 물론 능력이 출중한데 나이가 무슨 소용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보고받고 숙지하고 판단하고 지시하고 각종 국내외 회의·행사에 참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강행군이 계속 이어지는 일정이므로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이 나을 것이다. 소통-통섭 능력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필요성과 관련한 이야기로 두 가지 사례가 떠오른다. 첫째, 중국의 인사 관례이다. 시진핑이 장기독재 체제 구축을 위해 일부 측근들에게 예외를 부여하여 다소 흐려지기는 했지만,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원칙인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작고한 이건희 삼성 명예회장도 사장단 인사와 관련 “65세 전후는 절대 실무를 맡으면 안 된다. 60살 넘으면 젊은 사장한테 사장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우리는 이 같은 사례들이 주는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장관을 60대 중반 이하 인물로 기용할 경우, 나이는 있으나 능력 있는 인사들이 아깝지 않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이다. 필자의 대답은 “전혀 문제가 없다. 상근-비상근 특보, 특사, 고문 등의 자문역(諮問役)에 임명해 계속 활용해 나가면 된다. 오히려 노·장·청 시너지 효과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이다. “뒤의 물결이 앞의 물결을 밀어내고, 공을 이룬 자는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는 중국 격언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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