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통일 정책 평가와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2025.6.4)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전임 정부의 급작스러운 퇴진과 탄핵 정국, 격동의 국제질서 속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준비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했던 만큼 정상적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 정부는 이 같은 염려를 뒤로 하고 ‘코스피 8000시대 개막’을 비롯 국정 전반에 걸쳐 나름의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정론은 외교·안보·통일 분야 관련하여 그간의 성과와 미진했던 점을 객관적으로 짚어보고 향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보는 데 의의가 있다.

주요 성과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간 핵심 성과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와 자주국방 기틀 마련’을 골자로 한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이념을 넘어선 실용중심의 글로벌 외교 전개

이재명 정부는 대외정책의 핵심 가치로 ‘글로벌 책임강국,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대미 관세협상을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조율해 나가면서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에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는 유연함을 보였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하는 가운데, 특히 각국의 현재 및 미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중동발 안보 위기하에서도 리스크(risk)를 비교적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②자주국방 능력 고도화와 전작권 환수 기반 마련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평화를 책임진다”는 기조 아래 국방비를 대폭 증액(2035년까지 GDP 3.5% 수준)하며 방위 역량을 강화해 오고 있다. 미국과의 능동적 대화를 통해 숙원사업인 핵추진 잠수함과 핵농축 분야에서의 상당한 협력을 도출해낸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속 환수와 첨단기술 기반의 압도적 방위력 확보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일부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에 따른 국방태세 불안정성 증대와 대통령의 5.26 발언(“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국방장관 발언에 대해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겠죠”라고 강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향도 있으나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 ▲트럼프 2기의 대한(對韓)정책 변화 ▲20여 년 이상 진행되어 온 준비 과정 ▲환수 이후 문제점 보완 가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전작권 조기 환수는 국력과 국격에 걸맞은 시의적절한 주동적 안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③현실적 대북 접근을 위한 ‘3단계 비핵화 원칙’ 천명

이재명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단-축소-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단숨에 이루어지는 비핵화(CVID)가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기반한 것이다.

먼저 핵 고도화 ‘중단’부터 이끌어내고, 그다음 ‘축소’시킨 뒤, 최종적으로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은 북한과 이해 당사국들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위상 확보를 위해 협상을 거부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이 제안을 마냥 못 본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

한편, 이재명 정부가 뚜렷한 철학을 기초로 큰 성과만을 도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현실 정치와 남북 관계의 가파른 냉전 기류 속에서 적지 않은 한계와 정책적 엇박자도 노출하고 있어 종합적 검토, 보완이 필요하다.

①‘평화적 2국가론’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과 위헌성 시비

이재명 정부는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2023.12)에 대응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필두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2국가 관계’를 공식화하며 이를 통일백서에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영토 조항)와 평화통일 의무를 저버린 반헌법·반민족적 분단 선언이자 통일 포기”라는 비판과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이상과 당위성)에 너무 매몰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태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국가는 1년, 2년은 물론이고 10년, 100년까지 내다보며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김정은은 긴 호흡으로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짧은 호흡과 지난 시기 실패한 정책에 다시 매달리는 도돌이표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로지 김정은의 선의만 기대하고 있다. 레토릭(rhetoric)은 그럴싸한데 디테일(detail)이 없다.

우리가 자칫 김정은의 큰 포석과 시간벌기(단기: 남북관계 단절을 통한 내부 체제 단도리 / 장기: 핵을 기반으로 한 영토완정) 전략전술에 말려들고, 국제사회로부터는 한반도 급변 사태나 통일 논의 국면에서 기득권-주도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월 25일 서울 중구 더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북핵 3단계 원칙 발표 이후 후속 이행력 부족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라는 현실적 로드맵은 나름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미흡했다. 우리가 원칙만을 계속 이야기하는 동안에 북한은 대한민국을 직접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질적·양적으로 고도화했다. 이대로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면 한반도는 어떤 상황이 될까?

우리는 조금 절박해져야 한다. 설마 또는 무시, 소망성 사고는 금물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으로 다져진 한미일 3각 공동 대응 및 핵협의그룹(NCG)의 가동력이 매우 느슨해진 건 실제적 문제이다.

반면 북중러 3각 밀착은 갈수록 공고해져 우리 안보 환경을 더욱 압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나 중러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오히려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이 많아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③대북 인프라 후퇴와 K-컬처 전파의 아쉬움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 의지 과시를 위해 공개·비공개 대북 문화전파 인프라들을 선제적으로 포기한 것은 문제가 많다. 이왕 벌어진 일이니 재삼 왈가왈부하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행보가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데 일조했다는 점은 반드시 성찰해야 한다.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상황에서 유독 북한만이 한류를 소비하지 못하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내부에 외부 소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스스로 변화하게끔 하는 것은 대립-대결 정책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살게 하고 민족이 하나가 되게끔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정은만 보지 말고 북한 주민을 함께 봐야 한다.

맺음말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큰 줄기를 재정비한 시간이었다. 이제 기초는 어느 정도 다진 만큼 본격적으로 튼튼한 집을 지어 올려야 할 때다. 잘못 세운 기둥은 지금 교체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필자는 정부의 성공적인 정책 추진을 기원하면서 아래 3가지 사항을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안보관의 중심을 보다 확실히 잡아야 한다. ‘평화적 2국가론’과 같은 레토릭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평화공존을 주창한다고 평화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있고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우리가 스스로 ▲독재자의 반민족적-반인륜적 장단에 맞춰 ▲헌법적 가치를 흔들고 ▲국민적 불안감(남남갈등)을 키우며 ▲국제사회에서의 운신 폭을 스스로 옥죄일 필요가 있을까?

긴 호흡을 가지고 1991년《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국가에 준해 상호존중’)과 《남북 기본합의서 정신》(‘남과 북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의 2대 기둥에 입각해 국민과 세계를 이끌어나가면서 북한 당국에 대해 할 말도 하고 대화의 문도 열어두는 차분한 자세가 절실하다. 명품은 시간이 흘러도 명품이다. 2대 기둥은 동독이 ‘2민족-2국가론’을 이야기할 때 서독이 견지한 방식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필자가 2024년 제기한 신(新) 통일방안(2024.4.12자 데일리NK 북한정론, ‘새로운 통일방안’)을 참조하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기존 ‘화해협력-국가연합-통일한국’의 3단계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한 새 방안의 핵심은 ▲0단계로 ‘북한체제 정상화’를 추가해서 우리의 중단없는 능동적 대북 행보와 북한 주민들과의 온-오프라인 접촉을 지속 보장하면서 ▲완전 통일은 비전으로 두고(후대의 몫으로 남기고) ▲통일보다는 공동체 건설에 보다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선제적으로 포기한 대북 확성기 등 대북 전파 인프라를 다시 복원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권 공세를 다시 전개하자는 것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도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등 K-컬처를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은 최소한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심기가 두려워 북한 주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들이 외날개로만 날아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안보와 통일의 가장 확실한 마중물(적수천석: 滴水穿石)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미동맹 강화-실용외교에도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마음으로 노력을 배가해 나가야 한다.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 목표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신뢰 안에서만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넓혀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보 부처들이 각자의 정체성에 맞게 정확한 역할 분담하에 전략전술적으로(‘one object-diverse action’) 움직이길 바란다. 그래야만 북한과 세계를 선도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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