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판매소 현주소②] 쌀값 안정화 기여는 인정…가격·품질은 불만

<편집자주>
북한 시장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 속에서 당국이 식량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양곡판매소’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곡판매소는 과연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주민들의 식량 부담을 덜어주고 있을까요? 데일리NK는 평양과 양강도 혜산시 양곡판매소의 공급 및 운영 실태를 취재하고, 실질적인 체감 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국가 식량 공급망의 현주소를 기획 시리즈로 집중 조명합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장마당. /사진=데일리NK

양곡판매소가 설치된 지 5년여가 흐른 지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양곡판매소의 운영이 과거보다 훨씬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초기에는 양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양곡판매소에 곡물이 없거나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주민들은 양곡판매소를 생계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곡판매소에서 시장보다 저렴하게 곡물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구매한 곡물을 시장에 내다 판 뒤 그 돈으로 더 저렴한 식량을 구입해 끼니를 이어간다는 전언이다.

쌀 팔아서 잡곡 구매끼니 버팀목 된 양곡판매소

데일리NK 취재에 따르면, 주민들이 양곡판매소에서 구매하는 곡물의 양은 일반적으로 한 가정이 보름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가정은 곡물을 최대한 아껴 먹으면서 20일 가까이 버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양곡판매소에서 구매한 쌀을 시장에 내다 팔아 차액을 남기거나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곡물로 바꿔 더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는 양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양의 한 주민은 “생활이 어려운 집들은 양곡판매소에서 받은 쌀을 팔아 강냉이(옥수수)나 잡곡으로 바꿔 먹는다”며 “주변에서도 5세대 중 3세대 정도는 이런 식으로 생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가격 차이 줄고 품질은 떨어져시장 쌀 선호 현상도

여전히 양곡판매소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쌀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최근에는 시장 가격과의 차이가 예전만큼 크지 않은 데다 쌀값 자체가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체감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 주민들에게는 양곡판매소에서 쌀을 구매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평양과 혜산의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된 쌀은 1㎏당 각각 북한 돈 3만원, 2만 9000원으로 인근 시장의 쌀 가격보다 평양은 3.2%, 혜산은 7.9% 저렴했다. 양곡판매소 곡물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운영 초기 시장보다 30%가량 저렴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측면에서의 이점이 훨씬 줄어든 셈이다.

이렇듯 양곡판매소 곡물 가격이 시장 가격과 비슷해진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장 쌀을 더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품질의 쌀을 직접 고를 수 있고, 거래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반면 양곡판매소의 쌀은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혜산시의 한 주민은 “장마당에서는 쌀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지고 가서 따지거나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양곡판매소에서는 그런 게 어렵다”며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니 차라리 시장에서 좋은 쌀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쌀값 안정에 도움 된다는 평가 다수취약계층 체감 효과는 제한적

그럼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양곡판매소가 쌀값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양곡판매소가 생긴 뒤로 장사꾼들이 마음대로 쌀값을 올려받던 관행이 예전보다 줄었다”거나 “시장 물가가 크게 뛰는 상황에서도 쌀값만큼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민들은 양곡판매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 상인들도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양곡판매소가 시장을 견제해 쌀값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다만 극심한 생계난으로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곡물조차 구매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주민들은 양곡판매소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해 이 같은 평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서 식량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인민반에서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인민들을 잘살게 하려고 노력하고 계시니 믿고 참고 기다리라”며 달래고 있지만, 취약계층 주민들은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도 먹고살기 힘든 집들은 그 돈조차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양곡판매소 현주소①] 예년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곤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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