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한 기술고급중학교가 호텔요리반 학생들에게 학기말 실기시험에 필요한 식자재를 직접 마련해 오도록 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혜산시의 한 기술고급중학교가 지난 11일 호텔요리반 학생들에게 학기말시험에 사용할 재료를 조별로 준비해 오도록 했다”며 “학생들은 가져온 재료로 학교 요리실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시험을 쳤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은 7~8명씩 조를 이뤄 담당 교사가 지정한 음식 한 가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학기말 실기시험을 치렀다. 이를 위한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조별로 평균 1만 원가량을 모았으며, 고기나 식용유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배정받은 조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학기말 시험에 필요한 재료까지 학생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평소에 먹는 간단한 반찬을 만드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겠지만, 호텔요리반 실기시험에 제시되는 음식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비교적 값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고급 음식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담당 교사가 제시한 음식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멋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재료 준비 부담이 가해져 학부모들 속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형편이 비교적 나은 학부모들은 자식이 평범하지 않은, 새롭고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본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재료 준비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나 형편이 어려운 학부모들은 “이런 요리를 한다고 어디에 써먹겠느냐”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학부모들은 자녀가 졸업 후 관련 직종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개인의 희망이나 능력보다 국가의 배치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는 현실에 대한 체념이 깔려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해당 학교는 이미 학기 중에도 재료 공급 문제로 요리 실습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요리실을 개조하고 불을 때는 가마와 전기밥솥 등 기본적인 설비까지 갖췄으나 정작 실습용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여건이 되지 않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재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요리 실습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상 한 학기에 두세 차례 진행해야 하는 요리 실습도 대부분 생략됐고, 실제 요리는 학기말 시험 때나 해보게 되는 정도라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소식통은 “실습 중심 교육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실습은 학교의 재정 여건과 학생 가정의 부담 능력에 좌우되고 있는 셈”이라며 “학교도 과정안대로 한 학기에 두세 번은 요리 실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계속 재료를 준비하라고 할 수 없으니 평소 실습은 하지 못하고 학기말시험 한 번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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