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자력갱생에 실패한 북한대사관?

몽골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대사관 내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지난 6월 둘째 주에 이어 2주일 만에 다시 몽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2주일 만에 다시 찾은 몽골 땅이지만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줍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2년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몽골의 발전경로는 향후 북한의 체제 전환에 관한 시사점을 얻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제가 몽골 출장을 갈 때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입니다. 인공기와 국장이 선명히 내걸린 북한대사관 건물을 보며 북한의 변화를 위한 간절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런데 이번 출장길에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둘째 주에 출장을 갔을 때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앞마당에 텃밭을 가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전해드렸지요.(데일리NK 2023.06.13. 칼럼) 온실까지 만들어 놓고 제법 큰 시설을 갖춘 것을 미뤄 볼 때 단순히 취미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칼럼의 제목도 ‘북한대사관도 자력갱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2주일 만에 다시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번 봤던 온실은 모두 철거되었고, 텃밭도 모두 갈아엎었기 때문입니다. 명색이 그래도 대사관인데 마당에 몰래 텃밭을 만들고 온실을 가꾸었던 것이 부끄러웠던 것일까요? 아마도 칼럼을 보고 조처를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대사관 내부.

 

북한 당국은 ‘쌀로써 당을 받들자’라는 선전 구호로 북한 주민들을 옥죄입니다.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정작 북한 주민들이 먹을 한 줌의 쌀조차 당의 충성경쟁으로 빼앗아 갑니다. 실제로 식량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불평등한 분배구조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은 더욱 위협받는 것입니다. 해외 주재 북한대사관 성원들의 고충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주재 북한대사관에 할당된 충성자금을 채우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 고충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욱이 해외에 나와서 접하는 정보를 보면 분명히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외칠 만큼 북한 체제가 지상낙원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목숨 바쳐 충성하라는 당의 지시와 과업이 얼마나 불합리하다는 것도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하는, 볼모로 잡힌 평양의 가족들을 위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심정을 너무도 잘 압니다. 그런데 진정 무엇이 가족을 위하는 일인지 깊이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지옥 같은 곳에 평생 가족을 살게 할 것인지. 특히 당신의 자녀는 어떠합니까?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다시 한번 강권합니다. 이제 정녕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 당국이 곧 문을 연다지요. 당신은 곧 평양행 비행기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어디서든 언제든 당신을 환영합니다. 지금 당신 품에 잠들어 있는 사랑스런 어린 딸의 미래를 그려보시면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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