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내 걸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고 한다. 세멘트(시멘트), 목재 등 일반 자재도 문제지만 철근 부족이 심각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개천 강철공장과 남포의 강선제강소에서 철근생산이 감소했다. 그 이유를 소식통에게 물어보니 “증가하는 철강제 수요에 비해 파철(破鐵)이 점점 고갈되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원료라면 몰라도 북한에서 파철이 부족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7살 어린이로부터 노인까지 연령과 성별, 직업에 관계 없이 모든 주민은 파철 과제를 부여받고 이를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전 국민이 동원돼 수집해도 파철이 부족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일단 정책이 문제다. 예전에는 파철이 부족하면 노후화된 설비를 뜯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력갱생’ 강조로 모든 노후 설비를 돌리다 보니 파철 구경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고 소식통은 말하고 있다.
또한 ‘파철을 활용한 강철 생산’이라는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도 북한 당국의 뼈아픈 오류다. 이와 관련 북한은 강철 원료인 코크스(cokes)를 적게 쓰면서 제철하는 방법이 장려되고 있는데, 일명 ‘주체철(主體鐵)’ 생산 공정이다.
이 또한 북한의 핵무력 강조와 연관돼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코크스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돈을 핵무장에 돌리고 돈이 적게 들고 노력과 기술과 파철만 있으면 가능한 주체철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던 셈이다.
북한 노동당이 시장을 개방하고 활성화하면서 핵무기와 미사일에 투자한 돈으로 코크스를 수입하여 질 좋은 강철을 생산했다면 북한 경제는 이미 난국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주체철’이란 이름만 멋들어질 뿐 정작 탄소 성분이 많아서 쉽게 깨져 사용하지 못한다는 큰 약점도 있다.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녹인 파철에 산소를 불어 넣어 강철을 만들었는데, 결국 여기에 필요한 파철마저 최근 고갈돼 강철 생산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쌀과 밀가루 등을 구입해 온다는 이른바 ‘국방경제’도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말 펴낸 ‘2023 북중 무역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코크스 수입(2만 4855t, 전년도 대비 3배 수준)을 가파르게 늘렸다.
즉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놓았지만, 이는 인민 경제 향상을 위해 투입되기 보다는 러시아에 공급할 무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군수공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정책 결정자는 “상호 신뢰를 통한 교류와 협력과 폐쇄적인 자력갱생으로 주민을 혹사하는 방식 중 어떤 게 현재 절실히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확실히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진정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주민소득을 올려 ‘인민의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는 방법을 ‘각고분투’하는 마음으로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