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원하면 시장 매대, 개인 매장 등록하라”…무슨 일?

양강도 인민위원회 이례적 파격 제안…주민들 반기면서도 "자릿세 폭탄 맞는 것 아니냐” 의심

광복지구상업중심 가공음식 매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물건을 보고 있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화면캡처

양강도 인민위원회가 시장의 매대와 상업 매장 신규 신청·등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이달 중순 각 시·군 인민위원회에 도내 시·군들의 시장 매대와 개인 상업 매장에 대한 재등록과 더불어 신규 신청 등록을 받는 사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릿세만 내면 대대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승인해줄 테니 관심 있는 주민들은 신청·등록할 돈과 봉사(판매) 품목 등 장사 계획을 제출해 봉사증을 발급받으라는 것으로, 시·군 인민위원회는 각 동사무소와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주민들에게 포치했다는 것이다.

도 인민위원회는 이번 지시에서 시장 내 고정 매대뿐만 아니라 원하는 길목이나 장소에도 매대를 깔 수 있고, 집 대문 옆 또는 집 울타리 안에 매장을 설치해 장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다만 매대나 매장의 자리, 판매 물품의 종류에 따라 등록비와 자릿세를 각기 다르게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매대와 상업 매장 재등록은 매년 3~4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연례적인 사업이지만, 신규 매대 및 매장 신청 등록을 승인해주겠다며 포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에는 매대 하나를 승인받으려면 안면을 내세워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갑자기 승인해줄 테니 희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신청 등록하라고 해 주민들이 놀라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개인이 집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것을 강하게 통제·단속해왔던 인민위원회가 이번에는 집에서도 편히 장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나선 것을 반기면서도 속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봉사 사업의 범위를 넓혀서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방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확보에 힘을 넣기 위해 고안해낸 방책이다’, ‘매대나 매장 설치를 승인해 자릿세 등 세금을 대놓고 빨아내겠다는 의도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을 위한 재정 마련용 세수 확보 목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어떤 주민들은 이번에 등록했다가 괜히 자릿세 폭탄이나 지방공장 건설 세(외)부담 폭탄을 맞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후에 또 추가로 신청 등록하는 절차가 있을 수 있고 그때 해도 늦지 않으니 아직은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주민들이 돈이 없어 매대를 사지도 못하고 길거리에서 되는대로 장사하고 있는 형편에서 국가가 매대를 내주겠다고 해도 자릿세와 월세를 감당하기 벅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삼수군과 갑산군에서는 주민들이 신규 매대 및 매장 신청 등록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삼수군과 갑산군 인민위원회도 “개인들이 상업 봉사 계획을 잘 세워서 애국하는 마음으로 동참하라”고 독려·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