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도 北에선 식중독 빈번…식량난, 전력난이 원인?

식품 유통기한 준수 요구되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지킬 여유조차 없어

광복지구상업중심 가공음식 매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물건을 보고 있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화면캡처

겨울철에도 북한에서는 식중독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혜산시에서는 식중독을 흔한 감기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계절 상관없이 식중독은 늘 있는데 특히 이번 연이은 명절에 식중독을 앓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올해 북한에서는 민속 명절인 설과 북한 최대 기념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어 많은 주민이 설 명절에 해둔 음식을 광명성절까지 아껴두고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열악한 전기 사정으로 냉장·냉동 기기에 음식을 보관하지 못해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이를 버리지 않고 먹어 식중독에 걸린 주민들이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명절 기간 지사제나 항생제, 식염수 링거 수요가 늘어 가격이 1.5배 뛰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설 명절 때 한 만두, 지짐, 떡이나 반찬들을 광명성절 때까지 두고두고 먹다가 음식이 변했는데도 아깝다고 그냥 먹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식중독을 앓았다”며 “전기가 안 오니 냉동고에 보관 못 하니 음식이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식 장사들도 하루 판매할 음식 개수를 정해두고 그 이상은 안 만들고 남으면 냉동기 돌아가는 집을 찾아 돈을 내고 보관하기도 하는데,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며 “휘발유, 디젤유 발동기(발전기)로 돌리는 집이 있기는 해도 기본 전기가 잘 와야 냉동기 이용이 늘 수 있다”고 했다.

지난 한 달간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오른 날이 거의 없는 혜산에서 식중독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냉장·냉동 기기 이용 제한에 따른 음식 부패만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생적이지 않은 조리 환경, 깨끗하지 않은 용기와 식기 도구 등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깨끗한 물로 세척해 사용하고 조리 전후, 재료 손질 후에 손을 깨끗이 씻어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류나 어패류 등은 고열로 조리해 완전히 익힌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여기(북한)서 식중독을 예방한다고 하는 건 단지 소독이나 음식 익혀 먹기, 물 끓여 먹기 뿐”이라며 “국가에서는 식중독을 흔한 대중병으로 여겨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사람들도 병원이나 의사의 도움을 안 바란지 오래라 걸리면 알아서 약 사 먹고 링걸(링거) 사서 다는 것으로 조치한다”고 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식품 유통기한이나 위생 수칙 준수지만, 식량난·경제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이를 철저히 지킬 여유조차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그는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되면 유통기간도 지키고 위생도 개선하고 하겠지만 지금은 당장 먹고사는 것이 바빠 그런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