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대남전술을 읽는 2가지 코드: 핵과 심리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51:49’,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와 이념 지형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숫자(symbolic number)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1~2%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한다. 선거철은 물론이고 연중무휴로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부정하는(“자기편만 옳다”)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통일전선담담타타 전술

북한은 이 같은 빈틈(虛)을 노린다. 아니, 북한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의 전통적인 전략전술이다. ▲주적 제거를 위해 연대하는 ≪통일전선 전술≫ ▲힘이 약할 때는 대화하면서 허를 찔러 공격하고, 투쟁할 때도 다른 한편에선 대화를 제의해 상대를 교란시키는 ≪담담타타-타타담담(談談打打 打打談談) 전술≫은 공산국가 탄생과 체제 공고화 과정의 트레이드 마크(trade-mark)이다.

이 두 가지 전술의 핵심 축(軸)은 무력과 선전전이다. 즉 배합전술이다. 도발로 존재와 영역을 각인시키면서(명분과 정당성 확보), 상대편에게는 공포감과 타협심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진영을 분열시킨다. 그런 연후 갈라진 한 세력과 악마의 제휴를 하고 주적 제거 투쟁을 전개한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제휴세력을 ‘잠재적 배반자’(“한번 등을 돌린 자는 또다시 배반한다”)로 규정하고 서서히 제거해 나간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본래의 정수분자들로만 체제를 운영해 나가는 게 골자이다.

실제로 북한은 1945년 해방 이후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하에 다양한 세력과의 연대, 무력도발(6·25전쟁, 국지전, 비정규전), 지하당 구축, 대화와 협상, 교류협력 등을 병행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숙청과 합의 파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국내에서는 감상적 민족주의(이른바 “자주”, “우리민족끼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급기야 북한을 추종하는 ‘주사파’까지도 출현하였다. 지금도 이 같은 기류는 계속되고 있으며, ‘묻지마(가짜/생업) 평화주의자’들의 목소리도 보다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정책과 심리전

최근 북한은 ‘선제 핵공격 정책’을 법제화(9.8)하고 도발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①핵보유국 기정사실화 ②언젠가 있을 미국과의 군축협상 교두보 확보 ③전 한반도 공산화통일, 이른바 “영토완정” 기반 구축에 목적이 있다(세부내용은 10.7자 『김정은의 또 다른 커밍아웃(coming-out): 영토완정』 참조).

그렇지만, 우리가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와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심리전’이라는 수단이다. 다시 말해, 최근 북한의 선전공세는 ▲그들 논리의 정당성 확보 ▲‘전쟁 대 평화’의 그릇된 프레임 확산 ▲친북세력을 향한 반정부투쟁 추동 메시지 공개하달과 같은 측면이 있다.

향후 핵·미사일 추가 도발은 물론 휴전선·NLL인근 국지적 도발, 국내 주요 전산망 해킹이나 기간망 익명테러, 사이버 댓글 공작, 북한산 마약 확산 등은 국민 불안감 조성과 반정부 분위기 확산 심리전 전개를 추동해 나가기 위한 최적의 소재들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비롯 다양한 해외선전매체를 통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안보 자주권을 강변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외무성이 세계각국에 핵개발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한 선전전(다국어 책자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4가지 대응 포인트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치밀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핵위기의 ABC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기 쉽게 알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 글은 이 같은 화두(話頭)를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는 국내외의 다양한 계기와 수단을 통해 “①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불법이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 ②북한의 자주권-평등권 주장(이중기준 철폐) 논리는 허구이다 ③북한의 핵 공갈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충분히 제어해 나갈 수 있다 ④그렇지만, 남북 간 체제경쟁이 끝났다는 자만심은 금물이다. 제2의 스타트 라인에 섰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는 점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불법성(不法性) 문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가 핵을 통제하기 위해 합의한 규범(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며,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지속적·전방위적으로 강조해 나가야 한다.

흉악범이 들고 있는 칼은 주부·요리사가 들고 있는 칼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흉기일 뿐이다. 만약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 같은 불법적 행동을 용인한다면, 핵도미노 현상은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며, 인류는 핵재앙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주장의 허구성(虛構性)이다. 북한은 “대한민국도 미사일을 쏘고, 누리호도 발사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이중기준 철폐를 주장한다. 언뜻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을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미사일은 ▲국제법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방어용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며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은 은밀성(사찰·검증 거부)과 기동성(연비가 낮은 고체연료 중심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 주장도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주장)는 실제로는 무기 개발 시험이다. 즉 위성 궤도 진입과 연구활동 수행과는 전혀 무관하며, 추진체(ICBM) 성능 시험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제고가 제 1목표일 뿐이다.

셋째, 국민들의 자신감(自信感) 제고가 중요하다. 김정은의 핵은 분명히 가공할 무기이다. 그렇지만 자원배분 왜곡·주민 희생의 결과물이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노선을 계속 고집한다면 체제운영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른바 ‘안보딜레마’)이 크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51:49’ 지형으로 분열되지 않고, 자주국방·한미공조(3축체계 구축과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 기반 위에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는 자유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간다면 북한핵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국민과 세계를 하나로 결집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이다. 김정은이 핵을 보유함에 따라 남북한 간에는 제2의 체제경쟁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한 나라의 국력은 단순히 경제력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지도자의 리더십, 정신력, 군사력, 우방과의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난 시기 제1차 국력경쟁에서는 대한민국이 승리했지만, 우리가 계속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과신(過信)이다. 앞으로 두 번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요소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평화체제·통일한국 건설 운동을 대한민국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수가 진보의 손을 잡고 이끌어야 한다. 민족을 넘어 세계각국의 이해가 얽히고 섥힌 복합과제를 독재자의 입(선의)만 쳐다보는 진보의 전유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 북한 껴안기’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요구할 건 요구하고, 지원할 건 지원하면서, 진실을 북한내부로 전파하는 것이 평화와 통일 운동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인권이 곧 평화이고 통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과거 대결주의적 자세로 회귀하는 게 절대 아니다. 이상적-구호성-굴종적 태도가 아닌, 실천적이고-지속가능하며-당당한 평화·통일운동을 위해서이다.

어느덧 2022년 한해 마감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지난 글에서 강조했듯이 북한도 내치에 보다 주력하면서 도발과 심리전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세부내용은 11.2자 『김정은의 핵시계』 참조). 통일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관련부처의 보다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대처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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