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의 또다른 커밍아웃(coming out): 영토완정

북한이 지난 1월 17일에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18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전날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 정책 법제화≫(9.8)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가 한미연합해상훈련(9.26~)과 유엔의 대북제재 논의 등을 빌미로 9월 25일부터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이후 벌써 10번째이며, 10여일간 6차례 도발은 전례(前例)가 없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 등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수준의 전략도발도 예견되고 있다.

이번 글은 핵정책 법령에 포함된 2가지 커밍아웃, 즉 ①김정은의 핵선제공격 정책 공식화(후속 연쇄 도발) 의미와 향후 예상 시나리오를 다시한번 짚어보고 ②언론·학계 등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가운데 지나간 ‘북한이 핵무력정책 법령 서문에 영토완정(嶺土完整: 한반도 공산화 통일) 용어를 명문화’한 사실이 갖는 함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미사일 연쇄 도발

북한의 탄도미사일 집중 도발은 ‘핵 불포기-선제공격’노선 법령화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핵심 목표는 ①핵능력 지속 제고(핵보유국 기정사실화) ②대남·대미 압박 강화(비핵화 회담이 아닌 군축회담 여건 조성) ③남남갈등·한미이간 유도(전쟁 공포감 조성으로 우리사회내 반정부·반미 활동 고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적화통일 여건 조성)의 3가지로 대별된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형성되고 있는 ‘한미일 對 북중러 新3각연대 대결체제’에 기대어, 가치와 원칙을 중시하는 윤석열·바이든 정부와는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2024년 트럼프 귀환과 빅딜’(이른바 ≪Again 트럼프와 함께 춤을≫)을 노린 포석이라고 할수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통큰 합의에 실패했지만, 27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며 케미(chemistry)가 형성되어 있고, 서로가 핵협상 실패라는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고 새로운 치적을 만들 필요가 있는 사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는 2024년부터가 매우 주목되는 계기이다.

즉 김정은은 2023년까지를 혁명의 간조기에서 만조기로 가는 과도기(過渡期)로 평가하고, 이 기간중에는 ▲핵능력 고도화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대남 통일전선전술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영토완정

그런데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위협, 미사일 연쇄 도발과 함께 주목해야할 또하나의 중요한 포인트(point)가 있다. 그건 바로 북한이 핵정책 법령에 “령토완정”을 명기한 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다. / 1. 핵무력의 사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외부의 군사적위협과 침략,공격으로부터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의 기본력량이다.”(2022.9.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전문 및 제1조)

“령토완정”의 사전적 풀이는 “나라를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함”이다. 한국민족문화백과대사전은 “북한에서 사회주의체제로 한반도 전역을 완전히 통일하는 것을 가리키는 북한용어이다. 동 용어는 김일성이 정권을 수립(1948.9.9)한 다음날에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강’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동 표현보다는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 최종목적은 온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오히려 중국이 그들의 ‘One China’ 노선을 강조하기 위해 많이 써 왔다. 이에따라 북한은 중국 지도부와 친서교환시 중국을 지지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최근 중국 대만섬 부근에서 전개한 일련의 군사훈련 활동은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전문적이고 적절합니다. 도발자와 방해자에 대한 경고와 반격이고 국가주권과 영토완정을 단호히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정의로운 조치입니다”(2022.8.25. 중국 국방부 보도국 대변인)

“총서기동지의 령도밑에 중국당과 정부와 인민이 당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주의현대화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며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위업수행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합니다.”(2022.10.1.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에게 보낸 축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2일 회의가 전날(8일)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핵무력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됐으며, 시정연설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이 “령토완정”을 김정은 정책노선을 명기한 공식문서의 전략용어로 사용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로 하는 화성-15호를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공화국 정부성명서≫이후 2번째로 추정된다(최근년에는 지난해 10월 외무성 대변인의 SLBM발사 후 대미 비난, 국경일 등 주요 계기시 시진핑-푸틴 지지 성명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계의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당부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무기 개발과 발전은 전적으로 미제의 핵공갈 정책과 핵위협으로부터 나라의 주권과 령토완정을 수호하고 인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위하기 위한 것이다”(2017.11.29. 중대보도/공화국 정부성명)

북한이 지난 9월 8일 핵정책 법령에 동 표현을 명기한 것은 ▲김일성 유훈 계승과 관철 의지 천명 ▲전(全) 한반도 적화통일 노선 노골화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국면에서의 시진핑-푸틴 지지입장 표명 등을 노린 포석이라고 평가된다.

정책적 고려점

이번 핵정책 법령의 ≪서문≫에 포함된 “령토완정” 4글자는 노동당 규약 서문에 명문화한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를 보다 적나라(plainly)하게 표현한 문구라고 할수 있다. 자의적 핵선제공격 원칙 5가지의 폭발성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보다 근원적인 의미가 있다.

향후 북한은 ①핵정책 정당화와 위협 ②중국·러시아와의 공조 강화 ③더 나아가 북한정권 수립이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는 한반도 공산화통일 노선 추구를 위해 “령토완정” 표현을 더욱 빈번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 관련부처는 동 용어의 변천사와 함의, 김정은의 대전략(온 사회의 공산주의화, 령토완정), 군사전략·전술(2019년 5월 당중앙군사위에서의 핵무기와 전략무기의 격동적 상태 유지 결정 → 2021년 1월 8차 당대회시 국방 및 무력발전 5개년 계획 수립, 시행 → 2022년 6월 당중앙군사위에서의 전술핵 운용방안 토의 → 2022년 9월 핵정책 법제화 등)을 정치(精致)하게 분석 평가한후, 대응책을 수립·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김정은에게 당당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며, 비핵화와 자유민주통일의 길로 나아갈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한다. “령토완정”을 외치는 김정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원론적·선언적 수준의 대처는 더 더욱 안된다. 당당하고도 치밀하게,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핵을 보유한 김정은이 금강산 우리측 관광시설 파괴·접수, 서북5도 및 NLL 도발과 같은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의 국론이 과연 하나로 뭉쳐질수 있을까?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북한과 타협해야 한다는 가짜평화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을까?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폐지-주한미군 철수-연방제 통일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가 머리를 맨돈다.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한 예방 정보활동, 수면하(水面下) 중장기 전략전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 담대한 구상과 담대한 대응의 균형감 있는 접근이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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