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적대적 두 국가’ 당규약 반영 여부와 국제법적 함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9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19일 개막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당규약 개정 가능성

북한은 2026년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당규약 개정 결정을 채택하였다. 다만 개정된 규약 전문은 공개되지 않아,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이 실제로 당규약에 명문화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그간의 발언․조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강화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에서 이에 상응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2023년 말 처음 제시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헌법보다 상위 규범으로 간주되는 당규약에까지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치로도 읽힌다. 이러한 방향의 당규약 개정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70여 년간 지속된 북한의 대남 정책 노선을 실질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을 채택했으나, 구체적인 조항별 개정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2023년 말 이후 각종 문헌과 매체에서 ‘민족’, ‘통일’ 등의 용어를 체계적으로 축소 또는 삭제해 온 흐름을 고려할 때, 현행 규약에 포함되어 있던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민족의 공동번영’ 등의 표현이 수정․삭제되었을 것이라는 정황상의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당규약 개정은 ‘민족’과 ‘통일’을 주변화하는 노선이 당 규범 차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구체적인 조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제도적 완결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김정은의 ‘새 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는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중앙집권적 규율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만약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당규약에까지 명문화되었다면,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제법적으로 중대한 함의를 갖게 된다. 특히 한반도의 법적 지위, 남북 합의 효력, 정전 체제 지속 가능성,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 복잡한 법적 쟁점들이 제기될 수 있다.

한반도 법적 지위의 이중성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은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이 병존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는 유엔 총회 결의 195호(1948)와 대한민국 헌법 제3조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유엔은 결의 195호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당시 총선이 실시된 한반도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할 것을 회원국들에 권고했으며, 헌법 제3조는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법상 국가 성립 요건은 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에 따라 ①영구적 주민 ②일정한 영토 ③정부 ④타국과 관계를 맺을 능력이다. 북한은 이를 충족하고 160 개국 내외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어 사실상(de facto) 국가로 기능한다. 그러나 법률상(de jure) 지위는 승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만 인정되며, 한국 입장에서는 미수복 지역을 불법 점거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된다.

이러한 법적 이중성은 남북관계 특수성을 반영한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으나,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은 이러한 특수 관계 개념 자체를 최소한 정치적․이념적 차원에서는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법상 국가승인은 선언적 효과를 갖는다는 통설에 따르면, 북한의 일방적 선언이 한반도의 법적 지위를 변경할 수는 없지만, 남과 북의 실효적 지배 현실은 결과적으로 사실상의 두 국가 병존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드러낸다.

남북 합의와 신의성실 원칙

북한이 당규약에 ‘적대적 두 국가’를 반영한 것으로 전제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의 대화와 협력에 추호도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 공동선언(2000), 10·4 정상선언(2007), 판문점 선언(2018), 9월 평양공동선언(2018) 등 기존 남북 합의의 이행 동력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 합의의 법적 성격에 대해 학계 일부는 국제적 합의로서 조약에 준하는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국가 간 조약이 아닌 특수한 성격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조약이 아니더라도 국제법의 신의성실 원칙(pacta sunt servanda)과 금반언 원칙(estoppel)에 따라 합의 당사자는 합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과 “불가침 합의 재확인 및 엄격한 준수”를 명시했으며, 9월 평양공동선언은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DMZ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합의했다. 북한의 일방적 파기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60조(조약의 중대한 위반을 이유로 한 종료 또는 정지)에서 말하는 ‘중대한 위반’ 개념에 비추어 유사하게 평가할 여지가 있다. 다만 남북 합의가 조약은 아니므로 비엔나 협약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으며, 그 규정은 남북 합의의 법적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론적 기준틀로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는 남북 관계의 법적 모호성이 초래한 문제로, 향후 남북 합의의 법적 구속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 안보리 결의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한국이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으며,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또한 “핵무기 수를 늘리고 핵운용수단과 활용 공간들을 확장할 것”이며 “한국지역을 억제하기 위한 주력타격수단들을 연차별로 증강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1953년 정전협정 제13조의 ‘적대행위의 완전한 정지’와 제15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담 권고’라는 취지에 배치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정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한 국제적 합의로 간주되며, 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 중국은 협정상 의무를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핵무력 증강 선언과 선제공격 위협은 유엔 헌장 제2조 4항의 무력사용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1718호(2006) 이후 다수 결의에 의해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이 금지되어 있다. 김정은의 “핵보유국 지위를 완전히 불가역적인 것으로 영구 고착시켰다”는 주장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국제법적으로 정전협정 당사국들은 정전 상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치적․법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고 대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수립 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정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발적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인다.

북한의 이중 전략과 국제법 원칙

북한이 당규약에 ‘적대적 두 국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법적으로 국가 간 적대 관계는 전쟁이나 무력 충돌을 자동적으로 의미하지 않는다. 유엔 헌장 제2조 3항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분쟁을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의무를 부과하며, 제33조는 협상, 중개, 조정, 중재재판 등을 제시한다. 북한이 스스로를 ‘적대국’으로 규정하더라도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상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949년 제네바 협약과 1977년 추가의정서는 무력 충돌 시에도 민간인 보호, 전쟁포로 대우, 인도적 지원 허용을 규정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존중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한국을 배제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한‧미 공조 약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국제법상 주권평등 원칙과 선린우호 원칙에 온전히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유엔 헌장 제2조 1항과 1970년 유엔 총회 결의 2625호(우호관계선언)는 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의 상호 존중 의무를 천명했다. 북한이 한국에만 선별적 적대 정책을 취하는 것은 이러한 국제법 원칙의 취지와도 상충하는 행태로 평가될 수 있다.

북한이 당규약에 ‘적대적 두 국가’를 반영한 것으로 전제할 경우,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은 국제법위원회(ILC)가 2001년 채택한 국가책임규정 초안의 원칙에 비추어 국제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동 초안 제1조는 “국가의 모든 국제위법행위는 그 국가의 국제책임을 발생시킨다”고 규정, 제2조는 국제위법행위 성립 요건으로 ①국가에 귀속 가능한 작위 또는 부작위 ②국제의무 위반을 명시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지속, 선제공격 위협, 남북 합의 파기는 유엔 안보리 결의, 정전협정, 신의성실 원칙 등 다층적 국제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국가책임이 성립하면 제31조에 따라 ①위법행위 중지 ②재발방지 보장 ③배상(원상회복, 금전보상, 만족)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책임을 자발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은 낮으며, 강제 이행 메커니즘의 부재는 국제법 집행의 한계를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국제법 위반에 대해 안보리 제재, 각국의 독자 제재, 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왔으나,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대화와 제재의 균형 잡힌 접근,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관련국 간 협력 강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 등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

원칙 견지와 현실 인정의 균형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당규약 반영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한반도 분단의 영구화를 선언하는 것에 가까운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나, 국제법적으로 한반도의 법적 지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상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지향 원칙을 견지하되, 남북이 각각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두 정치적 실체로 병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실용적 접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이 “한국을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고 “완전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극도로 위험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에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국제법 원칙과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접근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균형 잡힌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제재만으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할 수 없으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면서 국제규범 준수를 유도하는 창의적 외교가 요청된다.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 존중’을 전제로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신호에 가깝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수호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인내와 유연성이 요구된다. 법치와 평화, 인권과 공존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한반도의 특수한 현실을 고려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국제법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과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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