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北 ‘두 국가’ 개헌…DMZ·NLL, 국경선 될 수 있나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북한군 초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2026년 3월 헌법을 개정해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기존의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한 사실이 확인된 후, 한반도 경계 질서를 둘러싼 법적 논의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새 헌법은 북한의 영역을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으로 규정하고, 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별개의 정치적 실체 간 관계로 재구성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이 2023년 말부터 제시해 온 이른바 ‘두 국가’ 노선과 노동당 규약 및 연설에서 강조된 “두 적대 국가” 인식의 제도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은 통일과 민족공동체를 강조하던 과거의 규범 언어를 지우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병존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한반도 질서에 대한 자기 인식을 헌법과 당 규범 차원에서 새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북한의 이러한 헌법 개정이 과연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나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까지 국제법상 국경선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헌법 개정은 경계선의 정치적 의미를 바꿀 수는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국제법상 경계의 법적 성격을 곧바로 변경시키지는 못한다. 국제법에서 국경의 확정은 조약, 합의된 경계 문서, 국제재판소 판결, 장기간의 관행과 묵인에 기반한 법적 처리 등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이뤄지며, 특정 국가의 국내 헌법 조문만으로 자동 성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DMZ와 MDL의 법적 성격

DMZ와 MDL은 1953년 정전협정에 의해 설정된 군사적 관리선이다. 정전협정은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한 평화조약이 아니라, 전투를 중지시키고 적대행위 재개를 방지하기 위한 합의이며, 이에 따라 MDL이 설정되고 그 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씩의 비무장지대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DMZ와 MDL은 본질적으로 영토주권의 최종 범위를 정하는 확정 국경선이라기보다, 무력 충돌의 재발 방지를 위한 잠정적이고 기능적인 선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조약법상 정전협정은 “전쟁 상태의 잠정적 중지”를 규율하는 특수한 성격의 합의로서, 당사자의 무력 사용을 제한하고 군사력 배치·이동을 통제하는 규범적 구조를 가진다. DMZ는 정전 규범을 구현하는 공간적 장치로 군사력의 물리적 분리와 완충을 통해 전면전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국제법상 ‘완충지대(buffer zone)’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적 성격 때문에 DMZ와 MDL을 곧바로 ‘국경선’으로 보는 해석은 신중해야 하며, 정전협정 체제를 대체하는 평화협정이나 경계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군사적 관리선으로 보는 것이 국제법상 일반적인 접근이다.

북한이 헌법상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적시했다고 해서 MDL이 곧바로 국가 간 국경선으로 전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계선의 국제법적 성격은 일방적 국내법 조치만으로 확정되지 않으며, 당사자 간 합의, 국제적 승인, 또는 장기간의 안정된 관행과 법적 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VCLT) 제27조는 당사국이 자국의 내부 법을 이유로 조약 이행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시하는데, 이는 특정 국가의 헌법 개정이 정전협정의 효력이나 DMZ의 법적 성격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결국 북한의 개헌은 기존 정전 체제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정치적 해석을 덧씌운 조치에 가깝다. 즉, 정전협정이라는 기존의 법적·군사적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며, 북한 헌법의 변화는 우선 국내적 자기규정의 재구성이라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북한의 국경선화 조치와 UNC 문제

2024년 4월 이후 북한이 MDL 인근에서 철책과 방벽을 설치하고 경계 시설 공사를 진행한 것을 둘러싸고 최근 한국 정부와 유엔군사령부(UNC) 간의 평가가 엇갈린 점은 이러한 법적 구조를 잘 보여준다. 한국 국방부와 합참은 북측 활동이 정전협정이 설정한 완충지대를 잠식하고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판단해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UNC는 대부분의 작업이 MDL 이북에서 이뤄졌고 중화기 반입이나 선 침범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위반으로 단정하지 않는 입장을 밝혔다.

UNC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북한의 울타리 설치와 도로 보수, 일부 지역의 벌목 등은 DMZ 규칙상 민사행정(civil administration) 범주에 속하는 활동으로 분류되며, MDL 이북에서 이뤄지고 공격적 무기 배치가 수반되지 않는 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비록 MDL 선을 직접 넘지 않았더라도, MDL을 실질적인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일련의 공사가 정전협정이 설정한 완충지대 취지를 훼손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위반 내지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단순히 북한의 시설물 설치 문제를 넘어, ‘누가 정전협정의 해석과 집행에서 어떤 권한을 갖는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4호(S/RES/84)는 한국 방위를 위해 제공된 병력을 미국 주도의 통합사령부 아래 두도록 권고하고, 해당 사령부가 유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였다. 즉 UNC는 이름과 달리 유엔 자체의 상설군이 아니라, 안보리 결의를 배경으로 형성된 통합지휘체계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전협정의 관리와 DMZ 운영에서 여전히 핵심적 행위자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북한의 헌법 개정만으로 그 법적 틀이 무력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UNC와 한국 정부의 해석 차이는 DMZ 내 활동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단일한 기준이 아니라 ‘완충지대 유지’와 ‘군사력 제한’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북한이 MDL을 사실상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지속할 경우, 정전협정의 해석권, UNC의 권한, 한국군의 대응 범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새로운 군사적·법적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한국 입장에서는 UNC와의 협의 구조, 경계선 관리 원칙, 향후 평화체제 논의 시 정전협정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하는 보다 장기적인 법·정책적 차원의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회의가 전날(23일)에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개칭하는 문제가 다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NLL 문제는 왜 더 복합적인가

NLL 문제는 DMZ와는 또 다른 차원의 쟁점을 안고 있다. NLL은 정전협정 본문에 명시된 선이 아니라, 정전 이후 서해상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군 측이 설정한 해상 통제선으로 출발했다. 이에 북한은 오랫동안 NLL의 법적 정당성을 부정해 왔지만, 동시에 수십 년간 이를 무력화하지 못한 채 사실상의 충돌 방지선으로 마주해 왔다. NLL의 법적 지위는 단순히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 상의 등거리선 원칙이나 일반적 해양경계획정 법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반도에서는 정전 관리의 특수성, 서해 5도의 존재, 장기간의 군사적 운용과 관행, 상대방의 항의와 묵인의 반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NLL은 육상에서의 MDL·DMZ와 달리, 해상에서의 경계선 관련 문제이자 서해 5도 주민의 생계 및 안보와도 직결되는 쟁점이라는 차원에서 단순한 해양법 교과서적 논리와 분리된 특수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NLL은 정전 관리, 해양법, 인권, 안보가 교차하는 복합적 경계선이어서 단순히 등거리선이나 역사적 권원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분명히 부족하다.

이번 북한의 헌법 개정은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경계 문제로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NLL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헌법에 새로 도입된 규정만으로 새로운 해상 국경선이 법적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해상 경계 확정은 통상 당사국 간 협정이나 국제재판소 판결을 통해 이뤄지며, 정전협정과 같이 군사적 완충 목적을 가진 문서에 의해 설정된 통제선은 일반적인 해양 경계와는 다른 법적 분석 체계를 필요로 한다. 결국 NLL을 둘러싼 분쟁의 핵심은 북한의 ‘국경선화’ 주장 그 자체보다, 정전협정 이후 축적된 관행과 남북 간 합의, 그리고 향후 평화체제에서 해상 경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지라는 더 큰 틀의 논의와 연관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과의 관계

우리 헌법과의 관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국가의 책무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구조 아래에서 북한은 일반적인 외국과 동일한 법적 지위로 단순화되지 않으며, 분단 현실 속에서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의 상대방으로 이해되어 왔다.

학설과 판례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문구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 남북관계 특수성을 발전시켜 왔다. 헌법재판소도 남북합의서와 교류협력 관련 사건에서 북한을 헌법상 통일조항의 실현을 위한 대화·협력의 상대방으로 보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등 제3조와 제4조를 상호 보완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을 취해왔다. 이는 특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헌법 질서의 연속성을 전제로 하는 규범적 기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북한이 스스로 ‘두 국가’를 헌법화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곧바로 동일한 법적 프레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질서는 여전히 자국 헌법의 구조와 남북관계 특수성을 기준으로 북한의 지위를 해석할 수 있으며, 북한의 일방적 개헌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자동으로 변경시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북한의 규범 언어 변화가 현실 정치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되, 헌법상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의 해석 구조를 성급히 흔들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교류협력, 대북제재, 인권, 안보 관련 법제를 재정비할 때에도 헌법 질서와 국제법 원칙을 함께 고려하는 이중의 기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적 대응 방향

결국 이번 북한 개헌의 핵심은 경계선의 법적 지위를 새로 확정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 한반도 경계 질서를 둘러싼 정치적·군사적 해석의 프레임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헌법이라는 최고규범의 언어로 정당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국제법적으로 보더라도 DMZ, MDL, NLL의 지위는 각각 그 형성 경위와 기능, 관련 합의와 관행에 따라 별도로 검토되어야 하며, 북한의 개헌만으로 일괄적으로 국경선화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의 ‘두 국가’ 개헌이 던진 메시지를 정확히 읽되, DMZ와 MDL은 정전협정 구조, NLL은 정전 관리와 해양법의 교차 지점, 그리고 남북관계 전체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 속에서 각각 분리해 분석하는 정밀한 접근이다. 김정은 정권이 헌법 조문을 바꾸었다고 해서 국제법이 곧바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조문이 향후 북한의 대남전략과 경계선 정치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으므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경계 질서에 대한 법적 대응 논리를 더 치밀하게 정비할 시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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