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중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며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 ‘북송’(北送) 공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 국경 봉쇄로 잠시 가려졌던 강제송환 체계가 북중 간 인적 교류의 본격화와 함께 재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이 탈북민을 일정 인원 이상 모아 국경 수용소에 수용한 뒤 집단 송환하고,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반복된다는 증언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재중 탈북민 강제송환을 개별 사건이나 우발적 남용으로 보기 어려운, 북중관계 속에서 구조화된 인권 침해 문제로 접근하게 만든다. 탈북민 강제송환은 단순히 중국 치안 당국의 불법 이민 단속으로 축소할 수 없는 중대한 국제법적 사안이다. 난민법·인권법·형사법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쟁점인 동시에, 북한 정권의 강압적 통치 구조를 외부에서 보완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도 그 심각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탈북민은 ‘불법 체류자’가 아닌 ‘보호 대상’
북한은 탈북민을 형법상 ‘조국반역자’ 내지 ‘불법월경자’로 취급하면서, 체포 시 장기간 구금과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수감, 심지어 사형까지 가능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외부 정보 접촉, 한국행 시도, 종교 활동 여부 등에 따라 처벌 강도는 더 높아지고, 송환된 이들의 기본권은 사실상 제도 바깥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우리 법제는 탈북민을 일정 요건 하에 국민으로 인정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재중 탈북민 중에는 한국행을 최종 목표로 이동 중인 경우가 상당하다. 그들을 중국 영토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이 전제하는 ‘보호’의 관점과 상충될 수 있는 지점이다.
국제법의 시각에서도 재중 탈북민은 난민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상의 ‘난민’ 개념과 밀접하다. 탈북은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국경을 이탈하는 행위 자체가 국가안보 범죄로 취급되는 구조에서 비롯된 생존과 자유의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와 각종 인권보고서는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이들이 고문·성폭력·강제노동·강제낙태·영아살해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을 여러 경로로 확인해 왔다. 나아가 고문방지협약(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과 국제인권규약은 재중 탈북민들이 난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의 위험이 상당한 국가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강제송환 금지(non‑refoulement) 원칙을 확립해 왔다. 북한으로의 송환이 곧 고문·수용소·강제노동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 유엔 COI 최종보고서(2014),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연례보고서,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보고서 등 다수의 공식 조사에서 확인된 이상, 재중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행위는 이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북중 기관이 분업하는 강제송환 시스템
국내 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1950년대 이후의 사례를 추적한 결과, 탈북민 강제송환이 북․중 기관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하나의 시스템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공안·국경 관리 기관이 체포·구금·이송을 담당하고, 북한 보위·안전기관이 송환 이후 심문·수감·강제노동을 담당하는 분업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NKDB, 북중 기관의 재중 탈북자 강제송환 체계: 조직 구조, 연계 체계, 그리고 인권 침해, 2026.3.5.). 구류 시설에서는 각목이나 가죽 벨트로 맞는 폭행, 임산부와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는 가혹행위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북송 이후에는 북한의 국경지대 보위부 시설과 교화소·관리소에서 강제노동, 공개·비공개 처형, 강제 낙태·영아 살해, 가족 분리 등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과정은 어느 한쪽의 일탈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 ‘국경 질서와 안보’라는 명분 아래 만들어온 협력 구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국경을 넘은 사람을 중국 기관 담당자가 체포해서 북한으로 보내면, 북한 당국의 기관은 이를 본보기 삼아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그 결과 탈북 시도 자체가 줄어들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다. 결과적으로 탈북민의 신체와 자유가 북중의 국경 통제 전략 속에서 희생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권단체들은 북중 기관의 강제송환 체계와 책임 소재를 분석하는 논의를 진행하며, 북중관계 개선과 회복을 ‘북송 체계의 복원’이라고 받아들이는 재중 탈북민들의 현지 인식과 공포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즉, 강제송환은 더 이상 북중 국경의 어딘가에서 은밀히 처리되는 사안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론의 장에서 다뤄야 하는 인권 의제로서 부상 중인 것이다.
국제법은 왜 중국의 강제송환을 문제 삼는가
국제법 논의의 핵심은 중국이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국내법 논리로 어디까지 그 책임을 피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주요 쟁점으로 첫째,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이제 국제관습법으로 널리 인정된다는 점이다.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와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 CAT),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등 조약기구들은 난민협약의 당사국 여부나 난민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고문 및 잔혹한 처우 위험이 상당한 국가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고 해석해 왔다.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고려할 때 고문방지협약 제3조 및 관습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중국에 대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통해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과 개별심사 보장을 반복적으로 권고해 왔으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비롯한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도 같은 취지에서 중국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둘째, 북중 양자협정의 효력 범위이다. 중국은 1980년대 체결된 것으로 알려진 「조중 국경지역 업무협정」 등 양자 간 국경관리·불법월경자 송환 관련 문서를 근거로 탈북민 강제송환이 조약상 의무에 따른 것임을 주장하나,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에 반하는 조약은 무효이고 그에 상반되는 조약상 의무는 이행될 수 없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강행규범에 준하는 규범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점차 우세해지는 가운데, “양자협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국제법적 설득력을 점점 잃고 있다. 실제로 중국도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협약상 의무의 구속력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셋째, 강제송환이 형사책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으로의 송환이 고문,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이어질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반복했다면, 송환에 관여한 국가기관과 지휘․실무 책임자들에게 국제형사법상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로마규정(Rome Statute) 제7조상 ‘추방 또는 강제이주(Deportation or forcible transfer of population)’ 범죄, ‘기타 비인도적 행위(Other inhumane acts)’를 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유엔 및 각국이 축적한 증거에 따라 향후 특별재판소나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행사하는 제3국 법원에서 쟁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논의는 중국을 즉각 형사재판의 피고로 세우자는 의미라기보다, 강제송환 구조가 장기적으로 책임 규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책적 선택에 대한 법적·도덕적 부담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중국 내 탈북민 다수를 ‘관심 대상자’(persons of concern)로 분류하며 난민 지위 심사 접근권 보장과 강제송환 중단을 중국 측에 반복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협약상 보호 대상이 아닌 불법 이민자로 규정하며 UNHCR의 현장 접근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국제법상 보호 의무와 국내 정책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
재중 탈북민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에 요구되는 것은 특정 국가와의 직접적인 외교 충돌을 자초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제규범과 다자 협력 틀을 활용해 강제송환 금지 원칙과 고문 금지라는 보편적 기준을 차분하고 일관되게 제기하는 접근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유엔 무대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유엔 인권이사회·총회·보편적 정례검토(UPR) 과정에서의 발언 등을 통해 특정국을 직접 지목하는 방식을 넘어 ‘북한 주민에 대한 강제송환 중단’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를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것이다. 특히 강제송환이 고문방지협약, 난민협약, 북한인권 관련 결의 등이 확립해 온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조문과 판례에 근거해 설명하는 작업은 한국이 국제 인권규범 형성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국은 유럽·아시아·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해 ‘보편적 인권 기준을 지지하는 국가 연대’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정 동맹이나 진영의 이름이 아니라, 국제규범과 인권 수호라는 공통의 언어로 재중 탈북민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한국을 ‘한반도 인권 의제를 선도하는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내적으로는 재중 탈북민 관련 정보 수집과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아동·임산부·종교 활동 이력자 등 취약층에 대한 보호 방안과 현실적인 지원 수단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와 협력해 피해 사례와 책임 구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국제기구와 공유하는 작업은 향후 책임 규명과 정책 변화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금 중국 내 탈북민에게 북중관계 회복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 “조중(북중)관계가 더 좋아지면 우리 모두 북송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의 언어로 다가오고 있다. 강제송환은 국경선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단속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국경 통제 구조의 산물이자 국제규범이 정면으로 시험받는 지점이다. 한국이 인권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이 문제에서만큼은 최소한의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과 고문 금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기준으로 절제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북중관계 속에 숨겨진 인권 침해 구조를 드러내고, 재중 탈북민 강제송환을 멈추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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