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임대 사업 확산…현금도, 수확물도 얻는 이중 수익 계략

재량권 부여 받은 농장 간부가 나서 개인과 계약…농장원들 "간부 사익 추구에 국가 경지 전용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6월 1일 전국적으로 1100여 개의 농장들에서 기본 면적의 모내기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자강도 일대 농장들에서 농경지 일부를 개인에게 유료로 임대하는 사업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강계시의 한 농장은 이달 중순부터 개인을 상대로 한 농경지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농장의 관리위원장이 나서서 경지 가운데 5~10정보(1만 5000~3만평)를 따로 빼 개인들에게 임대하고 있다는 것인데, 계약 조건은 1평당 북한 돈 1만원으로 알려졌다.

통상 임대 계약은 1000평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최소 단위로 계약해도 1000만원을 선납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농장원들 가운데 한꺼번에 큰돈을 낼 형편이 되는 농장원이 없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식량 마련도 어려운 일반 농장원이 1000만원이라는 목돈을 선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농경지 임대는 현금 동원력을 갖춘 돈주나 간부 계층들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의 배경에는 농장 관리위원장의 이중 수익 취득 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봄철에 임대료를 받고 땅을 빌려주고, 가을철 수확 시에 임대 농경지에서 생산된 생산물 일부를 추가로 떼는 것으로 계약을 맺어 현금과 생산물 모두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강계시 일대 농장들은 평균 5개 작업반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1개 작업반이 담당하는 기본 경지면적이 50정보(15만평)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장의 전체 경지면적은 250정보 안팎으로 추정된다.

농장 관리위원장이 임대 사업을 위해 떼어놓는 5~10정보는 전체의 2~4%에 불과해, 소규모 경작지 임대는 당국의 감시나 검열을 피하면서 이중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사업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농장 관리위원장들 재량권을 확대한 흐름과도 맞물린다.

소식통은 “땅값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가을에 또 수확물 일부를 걷는다”며 “양쪽으로 다 챙길 수 있는 구조여서 일반 농장원들은 이런 사업을 ‘그림자가 큰 거’(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일)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농장 간부들의 사익 추구에 농경지가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농장원들 속에서는 관리위원장이 국가 소유 토지를 제 마음대로 팔아먹어 이득을 챙긴다는 비난이 나온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농경지 임대에 기꺼이 목돈을 투자하는 돈주·간부 계층의 셈법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강계시 장마당 쌀값이 1㎏당 2만원을 훌쩍 넘어간 상황에서 종자나 비료값 및 가을에 떼어 줄 몫을 고려하더라도 식량 현물을 보유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판단과 더불어 한 철 농사만으로도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식량 가격이 오를수록 농경지 임대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니, 현금을 쥐고 있는 계층이 농경지까지 점유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농촌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Previous article[북한과 국제법] 재중 탈북민 강제송환: 북중 협력과 국제법 위반
Next article물건 싣고 사람 태우고…전기 이륜차 ‘성능 개조’ 수요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