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북한의 ‘두 국가’ 개헌 이후 한반도 법질서의 향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3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결정을 받들고 위대한 우리 국가의 줄기찬 도약과 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애국투쟁에 과감히 떨쳐나선 역사적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가 수도 평양에서 개회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026년 3월 23일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기존의 통일 관련 규정을 삭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새 헌법은 북한의 영역을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으로 규정, 이전 헌법상 포함되었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라는 표현과 ‘북반부’ 등 통일지향적 서술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해 온 이른바 ‘두 국가’ 노선이 헌법에 반영됨에 따라,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민족 내부 관계가 아니라 서로 분리된 두 실체 간 관계로 규정하려는 방향이 최고규범 차원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다.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 통치 질서, 대외 인식의 기본 틀을 정하는 최고규범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질서에 대한 인식을 체제의 내부 규범으로 재구성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자기규정이 바로 국제법상 국가승인 문제나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법질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차원에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법상 두 국가규범화의 의미

국제법 관점에서는 북한이 헌법에 ‘두 국가’ 인식을 반영하였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새로운 국가가 창설되거나 국가승인이 새롭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국가성의 발생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해 왔던 두 실체의 관계를 북한이 어떤 법적 언어로 재정식화 하는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남북한은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각각 독자적인 국제법 주체로서 활동하는 지위를 확보하였다. 다만 유엔 동시 가입은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병존을 제도화한 것이지, 남북 상호 관계를 곧바로 통상적인 외국 관계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다수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여 국제적 차원의 병존과 통일지향성을 함께 포괄하는 독특한 규범 구조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2026년 헌법 개정은 “이제부터 비로소 두 국가가 되었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그동안 유지되어 온 ‘통일지향적 특수관계’의 언어를 자국 헌법에서 상당 부분 철회하고 일반적인 국가 대(對) 국가 관계의 문법을 전면으로 내세운 조치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일부 연구가 이를 남북관계의 법적 성격을 조정하려는 북한의 일방적 규범 행위로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전제로 한다. 결국 이번 개헌의 국제법적 핵심은 북한의 국가성 자체를 새로이 정립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남북기본합의서 이래 유지되어 왔던 ‘통일지향적 특수관계’라는 규범 구조를 북한이 더 이상 자국 헌정질서의 기초로 삼지 않겠다는 점을 헌법상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향후 논의의 초점은 “북한이 국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보다, 이러한 일방적인 규범 전환이 남북합의 해석, 상호 관계의 법적 성격, 그리고 한반도 질서 전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는지에 맞추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토조항 신설의 법적 함의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된 부분은 영토조항의 신설이다. 북한은 새 헌법에서 자국 영역을 규정하며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서술을 넘어, 남측을 더 이상 통일의 대상으로 묘사하기보다 국경을 마주한 상대 실체로 위치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법적·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영토조항은 한 국가가 자신이 행사하는 통치권의 공간적 범위를 어떻게 개념화하는지 보여주는 핵심 규범이다. 특히 이번 조항은 종전 헌법에서 사용되던 ‘조국통일’, ‘북반부’ 등 통일지향적·민족공동체적 표현이 삭제된 뒤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태로써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잠정적 통일 공간으로 서술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북측 지역을 독자적인 국가영역으로 재구성하는 경향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영토조항의 신설은 단순한 조문 추가라기보다 남북관계에 대한 규범적 전제를 바꾸는 장치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이 대한민국을 국제법상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국제법상 승인은 단일 조문이나 상징적 표현에 의해 자동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대외 행위와 관계 설정 전반을 통해 파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 헌법은 대한민국을 남쪽 경계의 상대방으로 적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육·해상 경계선을 명시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북한이 한편으로 남북 병존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계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일정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체제에서는 당 규약, 최고지도자 교시 등이 실질적으로 헌법 위에 놓이는 측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형식상 최고규범에 해당하는 헌법상 대한민국을 남쪽 경계의 상대방으로 명시한 것은 북한의 대남 인식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가 된다. 이는 남북관계를 통일을 전제로 한 잠정적 특수관계라기보다는 상호 경계를 가진 병존적 실체의 관계로 재구성하려는 북한의 인식이 영토 개념에까지 반영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조항의 의미는 단순히 한국을 언급했다는 데 있지 않고, 북한이 자신들의 헌정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공간 자체를 새롭게 법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25년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국가 기관들에 새로 배포한 지도. 한국은 회색으로 처리돼 있는 반쪽 지도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대한민국 헌법(3조·4)과의 관계

대한민국 국내법 관점에서는 더욱 복합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추진을 국가의 책무로 제시한다. 두 조항은 한편으로 한반도 전체에 대한 헌법적 정통성과 영토성을 선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분단 현실 속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적·규범적 틀을 함께 구성하는 조항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러한 헌법 구조 아래에서 북한은 일반적인 외국과 동일한 법적 지위로 보기 어렵고, 반국가단체이면서도 동시에 대화와 협력, 평화통일을 위한 상대방이라는 이중적 성격 속에서 이해되어 온 것이다.

이른바 남북한 특수관계론은 바로 이러한 헌법적 긴장 관계에서 형성되었다. 남북은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로 환원되지는 않지만, 동시에 하나의 국내법 질서만으로 완전히 포섭되지도 않는 잠정적이고 통일지향적인 특수관계라는 설명이 제도, 판례, 정책 전반에 누적되었다. 헌법재판소 역시 남북합의서와 교류협력 관련 사건에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를 전제로 한 합의에 기초한 것으로 보고,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협력의 동반자로서 북한을 전제하는 입법 목적이 헌법상 통일조항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학설과 판례의 흐름은 북한 주민의 지위, 남북합의서의 효력, 교류협력 법제의 적용 등 개별 쟁점에서 제3조와 제4조를 상호 보완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스스로 ‘두 국가’를 헌법화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곧바로 동일한 법적 프레임을 채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법질서는 여전히 자국 헌법의 구조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기준으로 북한의 법적 지위를 해석할 수 있으며, 북한의 일방적 헌법 개정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자동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북한의 새로운 자기규정을 현실 인식의 변화로는 주목하되, 이를 이유로 자국 헌법상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의 해석 구조를 성급히 수정하기보다, 헌법 질서의 연속성과 안보·통일정책의 정합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남북관계 재정의의 한계와 과제

그렇다고 해서 이번 개헌의 의미를 축소할 수는 없다. 북한이 헌법상 통일 개념을 삭제하고 영토를 북측 지역으로 한정했다는 사실은 향후 남북 간 합의의 성격, 상호 불가침 논의, 경계 문제, 교류협력의 법적 구조에 적지 않은 해석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을 전제로 한 특수관계로 보지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남북기본합의서가 그동안 전제해 온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규범 구조와 분명한 긴장을 일으킨다. 이에 기존 합의와 제도의 안정성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제법적으로도 이번 헌법 개정만으로 군사분계선이나 해상 경계가 새롭게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토조항 신설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자기 인식을 반영하는 내부 규범이며, 경계 확정은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및 그 부속합의서에서 확인된 합의와 관행, 그리고 국제재판소 판례가 제시하는 해양경계획정 원칙 등을 종합하여 별도로 판단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실제로 이번 개정에는 ‘적대국’이나 특정 해상 경계선을 명시적으로 확정하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한편으로는 대남 인식을 재구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계 문제와 직접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일정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책적 대응 방향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과장도 축소도 아닌 정밀한 법적 해석이다. 북한의 헌법 개정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질서에 대한 북한의 인식 변화가 제도화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지만, 이를 곧바로 국제법상 완전한 국가 대 국가 관계의 확정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내법 차원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한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 그리고 남북관계 특수성이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한 북한의 규범 언어에 맞추어 남북관계발전법·남북교류협력법, 대북제재, 인권·안보법제 등에 관한 대응 논리를 세밀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는 한반도 현실을 새롭게 창조했다기보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온 분단 현실을 북한식 법의 언어로 다시 서술한 조치에 더 가깝다. 그러나 최고규범의 언어는 외교·군사·대남정책 전반의 방향을 정당화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상징적 선언에 그치지 않는 법·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대한민국으로서는 헌법상 기본질서와 평화통일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법적 프레임이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 구조,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담론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통일 지향의 원칙을 어떻게 재확인할 것인지, 동시에 현실적인 평화공존·위기관리 정책을 어떤 법체계 속에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폭넓은 담론의 심화를 요구하고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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