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탈영 사건 발생했는데, 주민들은 비난보다 동정·두둔

군 복무 여건 열악하다는 것을 알기에 동정 여론 크게 일어…부모 힘으로 면제받을 가능성도 거론돼

자원 입대 서명하는 북한 학생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황해남도에서 봄 초모로 군에 입대한 신병이 탈영해 고향에 숨어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 같으면 탈영한 청년은 비난의 대상이 됐겠지만, 군 복무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알기에 주민들 사이에 동정 여론이 크게 일었다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올해 3월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함경남도 지역 부대에 입대한 한 청년이 신병훈련을 받던 중 지난 5월 중순 무단으로 부대를 떠나 고향으로 왔다”며 “이후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는 동정 어린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탈영한 신병은 고향집으로 몰래 숨어 들어온 뒤 가족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과 수면 부족, 지속적인 배고픔에 시달려왔다고 토로했다. 기본적으로 훈련도 힘든데 무엇보다 배를 곯는 게 너무 힘들었고, 늘 허기진 상태에서 잠도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자 괴로워 탈영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 신병은 탈영 후 얼마 가지 않아 체포조에 붙잡혔는데, 이에 이 사건이 주민 사회에 소문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의 관심은 신병의 탈영 행위 자체보다 그가 탈영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쏠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예전과 사뭇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며 “ 예전 같으면 군대에서 도주했다는 말만 들어도 사상이 불건전하다거나 가정교양을 잘못 받았다고 비난했겠으나 군 복무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금은 비난보다 동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굶주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부대를 이탈했겠느냐”며 안타까워하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요즘은 돈만 있으면 문건까지 조작하는 세상이니 차라리 잘 돌아왔다”며 두둔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입대 직후 일정 기간 신병훈련을 거친 뒤 군인선서 절차를 밟는데, 이 신병은 군인선서를 하기 전에 탈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식 군인이 되기 전에 돌아온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현재 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이 신병을 두고서는 결국 부대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본래 북한에서 군 복무는 청년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의무이자 사회적 인정의 기준으로 여겨져 왔지만, 식량과 생활 여건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강도 높은 훈련에 각종 노력 동원까지 이어지면서 군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돈 있는 부모들이 자식의 군 복무 면제를 위해 힘쓰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은 부모들도 군대에 간 자식을 나라가 책임져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이 신병의 집이 밥은 잘 먹고 살던 집이고 인맥도 있는 편이라 부모의 힘으로 별 탈 없이 신병훈련이 끝나고 배치될 부대로 가게 될 수도 있고, 아예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Previous article시진핑 방북에 中 여행사 ‘北 관광 상품’ 재등장…관광 재개 기대감↑
Next article[북한과 국제법] 북한의 ‘두 국가’ 개헌 이후 한반도 법질서의 향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