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의 ‘치적 병원’에 보따리 풀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1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의 웅대한 지방 발전 강령을 전망적으로 확대 추진하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괄목할 성과로 되는 ‘지방발전 20×10 정책’ 강동군병원 준공식이 전날(19일)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통일부가 북한 평양시 강동군 병원에 필수 의료장비 166종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면제 승인까지 사전 이행해 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화 재개 시 즉시 착수할 수 있도록 이른바 ‘레디 투 고(Ready To Go)’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진부한 수사를 아무리 내걸더라도, 이번 발표는 북한 체제의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정책적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원 대상으로 지정된 강동군 병원의 성격부터 똑똑히 봐야 한다. 이곳은 김정은이 주도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대표적 시범 결실로 건축된 시설이다. 준공 당시 김정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우리식 지방 현대화의 보건의료 본보기”라며 대대적으로 자화자찬했던, 그야말로 최고 존엄의 치적을 입증하는 핵심 상징물이다. 북한 정권이 스스로 ‘최첨단 보건 기지’라 홍보해 온 상징적 공간에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을 들여 첨단 의료장비를 채워 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문제는 이 지원 구상이 실현되든 불발되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백번 양보해 대한민국이 마련한 물품과 장비가 강동군 병원에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북한 주민들이 이를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의 인도적 선의’로 기억하겠는가? 북한 체제 성격상 한국 출처는 철저히 은폐된 채, 오롯이 ‘경애하는 최고존엄이 내려주신 은덕의 선물’로 포장되어 세습 독재 우상화에 악용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욱 치명적인 모순은 북한 정권이 이 지원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조차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은 이미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적 두 교전국 관계’를 공언했다. 자신의 최대 국정 성과물인 강동군 병원에 ‘주적’의 보따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정권이 외쳐온 ‘자력갱생’ 구호는 허구가 되고 최고존엄의 권위는 추락한다. 김정은이 이를 수용할 리 없다는 점은 통일부 당국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결국 호응할 리 만무한 북한을 향해 보따리를 풀어헤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우리는 평화를 위해 소통을 시도했다’는 대내외 명분 쌓기용 쇼에 지나지 않는다. 실효성 없는 퍼주기 제스처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꼼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진정한 대북 정책은 독재 정권의 치적에 명분을 내주는 기만적 호의가 아니라, 체제의 실체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단호함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 독재 정권의 우상화와 치적 세우기에 대한민국 세금으로 멍석을 깔아주려는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체 어느 나라 장관인가를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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