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기 도중 사람 쓰러졌는데 구호·노래만 계속한 선동대 ‘빈축’

위급 상황에서도 방송선전차는 꿈쩍도 안 해…"어딜 가나 선전하는 사람뿐이면 일은 누가 하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30일 “힘 있는 경제선동으로 대중의 열의를 배가 해주고 있는 은파군 기동예술 선동대원들”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함경남도 정평군에서 농촌 김매기 전투에 동원된 한 주민이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기동예술선동대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불러 주민들의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정평군의 한 농장에 동원돼 김매기 작업을 하던 주민이 땡볕 더위에 어지럼증 등 일사병 증세를 보이다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당장 쓰러진 환자를 의료시설로 이송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선동대의 방송선전차는 꿈쩍하지 않고 구호와 노래 방송만 계속했다.

결국 이 주민은 함께 김매기 작업에 동원된 농촌 지원자들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의료시설에 옮겨졌는데, 이후 주민들 속에서 “사람이 쓰러진 상황에서도 오로지 선전 활동만 계속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요새 농촌에는 농사일하러 나온 농장원보다 선동대가 더 많이 보인다”며 “실제 작업보다 김매기 전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알곡 생산량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기관·기업소, 인민반, 학교 등을 농촌 김매기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예년보다 강화된 ‘네벌 김매기’ 목표가 제시되면서 주민들이 농촌에 총동원돼 고된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네벌 김매기 동원에 불만 ↑…“농촌 돕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다”)

실제 농촌 현장에 동원된 주민들은 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장시간 포전에서 김매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어떻게든 할당된 양을 끝내야 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형편에서 주민들이 어지럼증과 두통 증세를 호소하기도 하고 심지어 쓰러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 현장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는 기동예술선동대의 경제선동 활동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선동대는 노동 열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일하는 주민들은 이에 강한 피로감을 느끼고 분위기 조성만 앞세운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공장·기업소의 작업반장이나 직장장 등 이른바 ‘새끼 간부’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한다. 상급의 지시에 따라 동원 인원과 작업량을 채워야 하는 책임도 지면서 동시에 현장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불만까지 감당해야 해 중간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농촌 현장에서는 당·행정기관 간부들로 꾸려진 집중선전대가 동원된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농촌지원의 정치적 의미와 당의 농업정책을 해설하고 선전하는 ‘포전 정치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들은 논두렁에 서서 구호와 노래로 작업 분위기를 띄우는 선동대보다 작업을 중단시키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정치사업을 벌이는 집중선전대를 더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할당된 작업량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괜히 시간을 빼앗아 귀가만 늦춘다며 불평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김매기 전투에 동원된 주민들 사이에서 ‘어디를 가나 선전하는 사람뿐이면 일은 누가 하느냐’고 푸념하는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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