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뇌물’ 요구하는 간부들…단속에도 뇌물 수수 관행 지속

현금 여력 있는 주민들에게 현금 요구…“장사 계속하려면 뇌물 줄 수밖에”

평안북도 삭주군 국경 일대 국경경비대원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국경지역에서 보위원(現 정보원)과 안전원 등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이 송금 브로커와 무역업자 등 돈을 버는 주민들에게 추석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간부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명절을 계기로 한 뇌물 관행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와 무산시 등에서 보위원과 안전원 등 법관들이 돈이 나올 만한 주민들을 찾아가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부분 주민들은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주지는 못하더라도 형편껏 돈을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주요 기념일이나 추석 같은 민속명절을 앞두고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이 비공식 경제활동으로 돈을 버는 주민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회령시에서는 송금 브로커로 일하는 주민 A씨가 담당 보위원으로부터 중국 돈 500위안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5일쯤 보위원이 찾아와 ‘추석이 오니 여기저기서 상급 간부들이 뭘 해달라고 손을 내밀어 머리가 아파 죽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며 “속으로 ‘또 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다시 찾아와 500위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돈을 벌려면 보위원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요즘처럼 처벌 수위가 높아 교화소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괜히 관계를 틀어 좋을 게 없으니 돈을 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회령시에 거주하는 화교 B씨도 담당 안전원으로부터 1000위안의 뇌물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금품 요구가 한 명의 안전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B씨의 경우 다른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로부터도 잇따라 돈을 요구받아 전체 금액이 2000위안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는 요구액을 모두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1000위안 이상을 요구받은 경우에는 절반 정도만 건네고 500위안 미만을 요구받은 경우에는 요구한 금액을 그대로 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화교들은 요즘 중국에 자주 드나들며 돈벌이를 하다 보니 법관들과 접촉할 일이 많다”며 “평소 일반 주민보다 감시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국경지역에서도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의 금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세관을 통해 짐을 들여오는 무역업자나 돈 이관(송금)을 하는 사람 등 언제든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법관들이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추석을 빌미로 적게는 300위안, 돈주들에게는 1000위안이 넘는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역업자나 돈 이관을 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만큼 자신을 직접 뒤봐주는 법관뿐 아니라 다른 법관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앞에서는 웃다가도 뒤에서는 칼자루를 빼 드는 법관들이 많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명절이 오면 알아서 돈을 마련해주기도 한다”며 “단속 위험이 있는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명절 때 법관들에게 건네는 돈만 2000~3000위안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단속 위험이 큰 장사일수록 수익도 큰 만큼 해당 주민들은 법관들에게 건네는 돈을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에는 법관들이 뇌물을 요구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맡겨둔 돈을 찾아가듯 당연하게 여기며 요구했다면 요즘에는 말투부터 한층 상냥해졌다”며 “뇌물을 잘못 받았다가 문제가 제기되면 철직될 정도로 뇌물 수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은 조심스러워졌지만 단속 위험을 안고 돈벌이를 하는 주민들에게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과의 인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을 뒤봐주는 안전원이나 정보원에게 계속 금품을 건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법관들도 평소 신뢰가 보장되지 않은 주민에게는 찾아가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요즘에는 법관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그만큼 나를 믿고 찾아온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3분기 사업 실적 평가 시기와 맞물리면서 법관들의 금품 요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분기마다 사업 실적을 평가하는 총화가 진행되는데 하급 법관들은 상부에서 내려온 각종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자리 보존이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부에서 내려온 각종 과제를 일선 법관들이 떠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담이 다시 무역업자나 송금 브로커 등 현금 여력이 있는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인 셈이다.

소식통은 “아무리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해도 실제 생활에서 뇌물 수수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며 “위에서는 과제를 내리고 아래에서는 그것을 해결해야 하니 돈 있는 주민들에게 손을 벌리게 되고 주민들도 장사를 하려면 법관들과 관계를 끊을 수 없어 이런 금품 요구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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