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북한산 건해삼이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보다 비싸게 판매 중이며(▶관련 기사 바로보기:북한산 건해삼, 중국 시장서 버젓이…중국산보다 비싸게 팔려”), 함경남도 바닷가에 나선시 무역회사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수산물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함경남도 바닷가 일대에 나선시 무역회사 직원들 상주…무슨 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2017)·2397호(2017)가 북한산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지 올해로 9년이 되었으나, 북한산 수산물은 여전히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중국 옌지 서부시장에서 ‘북한해산물도매’라는 간판을 단 업체를 적발, 북한산으로 표기된 북어포 포장 상품을 확인했다. 당시 중국 측은 “간판만 북한산일 뿐 실제로는 러시아산”이라고 해명했지만, 제재 이행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엔 안보리 결의: 수산물 수출 전면 금지
북한산 수산물 수출 금지는 안보리 결의 2371호(2017.8.5. 채택)에서 처음 명문화됐다. 결의 2371호 제9항은 “모든 회원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수산물(fish, aquatic invertebrates, crustaceans)의 조달을 금지할 것(shall prohibit)”을 규정한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2016.1.), 장거리 미사일 발사(2016.2.),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 발사(2017.7.)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당시 수산물은 석탄, 의류에 이은 북한의 3대 수출 품목으로 2016년 기준 연간 약 3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었다. 수산물 수출의 약 90%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중국 지린성 훈춘(珲春)이 북한산 수산물 주요 유입 지점이었다.
이후 결의 2397호(2017.12.22. 채택)는 수산물 수출 금지 규정을 더욱 강화했는데 제7항에서 “결의 2371호 제9항의 수산물 분야 완전 금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업권의 직·간접적 판매 또는 이전을 금지한다는 것을 명확화”하였다. 즉, 수산물을 직접 수출하는 길이 막힌 북한이 자국 해역 어업권을 중국 등 외국 업체에 판매함으로써 외화를 벌어들이는 우회 방식을 차단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유엔 회원국의 제재 이행 의무와 실제 이행
유엔 헌장 제25조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수락하고 이행할 의무(accept and carry out)를 규정, 제48조·제49조는 결의 이행을 위한 회원국 간 협력 의무를 명시한다.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 2371호·2397호에 따라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 이를 위반하는 거래를 차단할 국제법적 의무를 지닌다. 중국 정부는 2017년 8월 14일 상무부와 해관총서 공동 공고를 통해 “안보리 대북 결의 2371호 이행을 위해 8월 15일부터 북한산 석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고는 “8월 15일 이전 수입 신고를 완료한 물량은 예외로 하되, 9월 5일부터는 북한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 등 수입 절차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6년 2월 지금까지도 북한산 수산물의 중국 시장 유통 정황이 지속 포착되는데, 북한산 건해삼은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며, 나선시 무역회사 직원들이 함경남도 홍원군과 신포군 바닷가 일대에 상주하며 수산물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여전히 수산물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을 시도하며, 일부 거래망이 제재 이행의 사각지대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제재 회피 메커니즘과 이행 감시의 한계
북한산 수산물의 불법 거래는 여러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첫째, 원산지 세탁(origin laundering)이다. 북한산 수산물을 중국 및 러시아를 경유하며 원산지를 변경하는 방식이 해당된다.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중국 업체가 “간판만 북한산이고 실제로 러시아에서 합법 수입했다”라고 해명한 것도 원산지 세탁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 불법 환적(illegal transshipment)은 북한 어선이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에 어획물 환적, 또는 북한산 수산물을 제3국 항구를 경유해서 최종 목적지로 운송하는 것이다. 셋째, 조업권 판매를 위장한 거래로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조업권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를 합작하거나 용역 계약으로 위장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적발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제재 이행 감시의 한계로는 북·중 국경 지역의 광범위한 무역 네트워크와 복잡한 유통 구조가 지적된다. 훈춘과 단둥 등 국경 도시의 여러 중소 무역상들이 소규모로 거래를 분산시키면 추적이 사실상 곤란하다. 또한 제재 이행을 공언하는 중앙정부 정책과 달리 국경 인접 지역 일부에서는 지역 경제 고려로 인한 이행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4년 4월 러시아 거부권으로 연장이 무산됐다가 2024년 6월 일부 권한을 회복했지만, 회원국 영토 내 현장 조사권이 없어 제재 위반 적발에 한계가 있다.
국제법상 책임 구조
북한산 수산물의 불법 수출입은 다층적인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첫째,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수산물 수출 금지에도 불구하고 무역회사를 통해 수산물을 확보, 수출을 시도하는 것은 유엔 헌장 제25조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제법위원회(ILC) 국가책임조항 제2조는 “국가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국제법상 의무 위반을 구성하고 그 국가에 귀속될 때” 국제위법행위가 성립함을 규정한다. 나선시 무역회사 등 국가기관의 수산물 거래 활동은 북한에 귀속되는 국가행위에 해당,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서 국제위법 행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에게 북한산 수산물의 조달 금지 의무를 부과한다. 회원국이 자국 내 업체의 북한산 수산물 수입·유통을 방치하는 행위는 국가책임조항 제2조의 부작위에 의한 의무 위반을 구성할 소지가 있다. 다만, 해당 국가 정부가 법적·행정적 조치를 마련했음에도 일부 민간 업체가 위반할 시, 국가책임 성립 여부는 정부의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셋째, 거래에 관여한 기업과 개인의 책임 측면이다. 안보리 결의 2371호·2397호는 회원국 대상으로 제재 위반 행위를 자국법으로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 회원국의 형법과 대외무역법은 국가가 금지한 물품의 수출입 처벌 규정을 두며, 북한산 수산물을 불법으로 거래한 기업과 개인은 해당 국내법상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실효적 제재 이행을 위한 과제
북한산 수산물 수출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원산지 검증 시스템의 강화가 요구된다. 현재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와 검증은 수입국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서 원산지 세탁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불법어업 방지 항구국 조치협정(Agreement on Port State Measures to Prevent, Deter and Eliminate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PSMA)」과 유사 방식으로 북한산 수산물에 대한 다자간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선박 식별번호, 어획 위치 및 시기, 유통 경로 등을 기록하는 디지털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원산지 세탁 방지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국제협력을 통한 제재 이행 강화가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관련국과 대화를 통해 제재 이행 실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 북한산 수산물 불법 거래 차단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활용하여 제재 회피 사례를 제기하고, 회원국 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북한산 수산물이 제3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재수출되는 경우, 통관 단계에서 철저한 원산지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2024년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수산물 중 북한 강제노동으로 가공된 제품이 4천 톤 이상 적발된 사례는 최종 수입국의 검증 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세청과 해양수산부는 중국 동북3성 업체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 대상 원산지 증명서 진위 확인, 가공 공정 추적 등 강화된 검증 절차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넷째, 유엔 전문가패널 권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NGO의 제재 위반 사례 조사 및 공개 활동이 중요하다. 미국 고등국방연구센터(Center for Advanced Defense Studies)와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Outlaw Ocean Project)는 그동안 북한산 수산물 불법 거래와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 실태를 추적해 왔다. 한국의 북한인권 NGO도 공개 정보 분석, 유통 경로 추적 등을 통해 제재 이행 감시에 기여할 수 있다.
종합하면, 북한산 수산물 불법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안보리 결의는 회원국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하지만, 이행을 강제할 집행 메커니즘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원산지 검증 시스템 구축, 국제협력 강화, 정보 수집 역량 확대, NGO 모니터링 지원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제재 이행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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