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탄광마을 개변, 부족한 재원은 또 주민 몫?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7일 “역사적인 당 제9차 대회가 제시한 새 전망 목표 수행의 첫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 경제 전반에서 보다 활기차게 벌어지고 있는 속에 평남탄전의 굴진, 채탄단위 탄부들이 자립경제 발전의 전초기지를 지켜섰다는 자각을 백배하며 석탄 생산을 늘이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이 추진하는 탄광마을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재원 마련 부담이 지방과 상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순천·개천·북창 등 주요 탄광지역 인민위원회에서는 지역의 대형 상인들을 불러 모아 탄광마을 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장사나 사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도 뒤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노동당은 지난 6월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석탄공업 활성화와 함께 전국 탄광마을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탄광 노동자들의 낡은 살림집을 현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재원이다. 중앙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채 상당 부분을 지방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면서 해당 지역 당·행정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탄광마을 문제는 이미 이전에도 비슷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데일리NK는 앞서 개천시 봉천탄광 일대에서 제대군인과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공급한 새 살림집 가운데 일부가 얼마 지나지 않아 빈집으로 남았다고 보도했다. 새집을 지어주는 것만으로는 낮은 소득과 열악한 노동환경, 부족한 생활 기반이라는 탄광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지방 새 살림집, 입주 2년도 안 돼 빈집 전락…순식간에 폐가로)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건설 재원 마련 부담까지 지방과 상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방 당·행정기관의 처지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이 결정한 정책인 만큼 집행을 미룰 수 없지만, 시멘트와 철강을 비롯한 건설 자재를 확보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다른 곳에서 부족분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비교적 자금력이 있는 상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업 활동에 각종 통제를 가하면서도 국가적 사업에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들을 사실상의 ‘자금줄’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쌓이고 있다.

탄광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정책의 취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낙후된 탄광지역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대규모 사업을 결정했다면 필요한 예산과 자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충분한 재원 대책 없이 정책부터 내놓고 부족한 비용을 지방정부와 상인들에게 떠넘긴다면 결국 그 부담은 주민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상인들에게 반복적으로 자금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활동을 위축시키고 다른 주민들의 부담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탄광마을 현대화의 성패는 새 살림집을 몇 채 지었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집을 짓는 과정에서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지, 그리고 새집에 들어간 주민들이 실제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좋은 정책에는 좋은 취지만큼 지속 가능한 실행 방식이 필요하다. 탄광마을을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이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되려면, 먼저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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