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난에 환갑 잔치를 포기한 양강도 혜산시의 가정이 ‘모범 가정’으로 치켜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를 검소한 사회주의 생활양식의 실천 사례라고 선전했지만 주민들은 “살림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잔치를 안 한 것이지 이게 무슨 모범 사례냐”며 냉소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1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혜산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환갑상을 차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이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이하 여맹)을 통해 시당에 보고됐다.
이후 시당 근로단체부서는 이 주민과 그 가정에 대해 “당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했다”, “모범 가정으로서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고 평가했고, 이 사례는 곧 여맹 조직을 통해 칭찬받을 만한 일로 대대적으로 치켜세워졌다.
북한 당국은 사치와 낭비를 경계하며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이라며 이에 따라 관혼상제 또한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결혼이나 돌, 환갑 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는 허례허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환갑 잔치만큼은 형식을 갖춰 크게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환갑 잔치에 친척과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갑 잔치 상차림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업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당이 환갑 잔치를 포기한 가정을 모범 가정으로 치켜세우자 주민들 속에서 비웃음 섞인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모범 가정으로 내세워진 가정은 자녀들이 모두 형편이 넉넉지 않아 환갑상을 차릴 여력이 없었다”며 “이에 환갑을 맞은 부모가 먼저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환갑이냐’며 잔치를 하지 말자고 얘기했고, 자식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여기(북한)서는 환갑 잔치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자녀들이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환갑 잔치는 중요한 집안 대사로 여기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환갑 잔치를 못한 사정을 뻔히 아는데 시당이 모범 가정으로 내세우고 그 자녀들이 얼떨결에 칭찬을 받게 되니 사람들이 ‘궁핍이 미덕이냐’라며 콧방귀를 낀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당에서 근검 절약을 강조하지만, 이를 받들기 위해 환갑 잔치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사람들은 이러다 국가가 환갑 때 친지를 불러 식사 한 끼 하는 것도 사치라며 단속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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