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제보로 평양 소환된 보위원, ‘특혜성 처분’ 받았지만…

‘비위 전력자 재파견 금지’ 등 해외 파견 원칙 확립…소식통 “용기 있는 제보가 체계 재편의 계기”

북한 국가보위성 청사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DALL.E(AI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지난해 1월 본보의 제보 기사를 통해 비리가 폭로된 러시아 파견 북한 보위원 최성철이 1년여 만에 평양에 소환됐으나, 행정 부서로 전출되는 경미한 처벌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성철은 국가보위성이 매년 실시하는 ‘해외 파견 보위일꾼 검열 총화’ 대상자로 지정돼 올해 초 평양으로 소환됐다. 당시 표면상 명분은 정기적 총화였지만, 실제로는 해외 근무 중 나타난 규율 해이 및 보위기관 사명 규칙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조사였다.

국가보위성은 소환한 최성철에게 시말서, 진술서 등을 반복 제출하도록 하며 문제를 자성할 기회를 부여했고, 과거 성실했던 사업 이력을 근거로 그를 ‘기본적으로 충직한 보위전사’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최성철은 형사적 처벌은 받지 않고 국가보위성 후방국 산하 행정 담당 실무직으로 배치되는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최성철이) 보위기관 군복을 벗고 사복근무 대열로 편입됨으로써 명목상 책임은 진 셈이지만 실제로는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면서 “보위 기강 유지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핵심 인물을 온존시키는 전형적 특혜 조치”라고 말했다.

최성철 사건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본보에 비리 제보를 보낸 것이 단초가 됐다. 본보는 이를 바탕으로 제보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후 국가보위성은 본보를 ‘대적 선전매체’로 지목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단순 불쾌감을 넘어 정보 유출이 보위 조직 전체에 불안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 제보로 인해 조직이 창피를 당했다는 점에서 보위원들이 약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긴장감 유지, 사적 친분관계 자제, 신소 유입 차단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위성은 이 사건을 내부 문제로 한정해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의 신뢰성과 권위가 대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자율 처리 권한’을 요청했고, 중앙당 비서국이 이를 수용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사건을 보위원의 사상적 일탈이 아닌 일부 동요 계층의 복수성 신소(신고)로 축소시킨 것”이라면서 “사건을 과잉 보고해 외부에 알려지게 되는 경우 핵심 국가기관의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보위성은 향후 책임 회피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2024년 12월 중앙당 비준을 거쳐 해외 파견 기준과 원칙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비위 전력자 재파견 금지 ▲배경·친척관계·동향 조사 강화 ▲연 1회 이상 현지 감시자(3자) 통한 수시 평가 ▲귀국 후 신뢰성 심사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확대 ▲사적 경제활동 개입 여부 평가 항목 신설 등이 포함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최성철 사건은 이렇듯 제도 정비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도 있다. 특히 ‘비위 전력자는 재파견을 금지한다’는 원칙은 보위원 개인의 비위 행위가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전례 없는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최성철은 향후 해외 파견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조직 내부의 은폐 관행에 균열을 일으킨 첫 사례”라면서 “제보 경로 차단과 동시에 내부 기강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보위성 내부에서는 보위원 개인의 비위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조직의 권위 훼손 문제로 직결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면서 “결국 한 명의 노동자가 보인 용기 있는 제보가 (북한의) 보위 체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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