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원 만행 폭로 기사에 “적들의 간사한 책동” 결론

보도 이후 모스크바에서 내려와 요해했지만 처벌커녕 격려…소식통 "北은 항상 관리자들 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장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본보가 지난 1월 말 러시아 내 북한 보위원 최성철 씨의 비행을 다룬 제보를 보도한 이후 북한 당국이 해당 사안을 은폐·무마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지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는 한층 강화됐다는 전언이다.

제보 보도 두고 “적들의 간사한 책동”이라며 사안덮기

보위원 최 씨의 만행을 최초 제보한 A씨와 복수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월 초 러시아 모스크바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북한 보위 책임자들과 북한 건설회사 본부 인원들이 이르쿠츠크 현지에 와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현황과 관리 실태를 요해(了解·파악)했다.

이에 최 씨의 악행을 알고 있던 현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제야 (최 씨가) 처벌받겠구나”하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온 보위 책임자들은 최 씨를 질책하기는커녕 격려했다는 것. 

실제 보위 책임자들은 최 씨와 간단히 면담한 이후 ‘(보도는) 우리 핵심성원을 모해하기 위한 적들의 간사한 책동’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앙당의 지적을 우려한 국가보위성이 사안을 은폐하고 무마시키기 위해 내린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전언이다.

또 북한 건설회사 본부 인원들도 “임금 체불 등 부조리 없이 철저하게 모범적으로 관리 중”이라며 되레 칭찬했다고 한다. 

결국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최 씨의 만행은 어물어물 덮어졌다.

이에 대해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보도에 나온 인물(최 씨)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성실한 보위일꾼으로 포장됐다”며 “조선(북한)은 항상 관리자들 편이지, 노동자들 편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제보자 색출 나선 현지 보위부…노동자들 대대적 검열

한편 모스크바에서 온 이들이 돌아가자마자 이르쿠츠크 현지 보위원들과 건설회사 간부들은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일단 보위원 최 씨는 물론, 그 휘하의 보위원들이 합심해 ‘적(敵)과 내통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검열을 진행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본보의 보도에 ‘65인치 대형 TV’, ‘무선 헤드셋 사용’ 등이 언급됐다는 점에 주목해 최 씨 주변인 중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 소지자나 관리자급 인물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은밀히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는 한 관리자급 노동자를 용의자로 몰아세우며 위협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노동자 전체에 대해서는 ▲저녁 7시 이후 외출 금지 ▲스마트폰 사용 절대 불허 ▲전자기기 보유 신고 및 상납 ▲외부 접촉 호상(상호) 감시 강화 및 동향 장악 보고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각자 숙소에 위치한 뒤 소속 조장에게 이상 유무를 보고해야 하고 조장들도 상급 단위에 또 보고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강화되고 거의 매일 검열이 지속되니 안 그래도 힘든 노동자들의 피곤한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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