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사상 총화’ 빈도↑…왜?

주 1회 하던 총화 매일 진행…노동자들과 임금 문제로 다투던 간부 사망 사건에 단속 강화

중국 랴오닝성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총화 빈도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북한 간부 사망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이 중국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랴오닝(療寧)성 및 지린(吉林) 내 복장(의류)·수산물 가공·전자조립 공장 등에서는 지난달부터 매일 사상 총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상학습을 겸한 총화는 본래 주 1회 진행됐는데, 현재는 매일 하루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지린성 허룽(和龍)시 난핑(南坪)에서 발생한 북한 간부 사망 사건이 중국 파견 노동자 사상 단속 강화의 배경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000명이 지난 1월 임금 체불을 이유로 공장 점거 후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관리 간부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에 앞서 전 북한 외교관 출신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내용을 주장한 바 있다.

본보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지난 1월 북한 노동자가 수천 명 단위로 채용돼 있는 허룽시 난핑의 의류공장에서 50대 북한 남성 관리 간부가 노동자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로 관리 간부에게 불만을 표출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 간부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적인 전언이다. 다만 사건 발생 당일은 물론 사건 발생 이후에도 공장은 정상 가동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망한 관리 간부의 유해는 북측으로 이송됐으며 폭행에 가담한 수 명의 노동자들도 빠르게 송환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관한 소문이 확산하거나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으려 북한이 신속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은 무역이나 노동자 관리 간부 대상 사상 총화를 강화할 뿐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 북한 노동자들이 참가하는 사상 총화에서도 간부 사망 사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총화는 ‘미국과 한국 등 적대국가의 대조선 압살 책동으로 인해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장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마음을 굳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특히 랴오닝성 내 대형 의류공장에서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실린 내용이 매일 아침 진행되는 사상 총화 시간에 자주 언급된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관리 간부 사망 사건이 중국의 다른 파견 노동자들에게 알려져 사상적 동요나 탈북 등 돌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파견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중국 체류와 적은 생활비에 대한 불만, 임금 체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의류공장 관계자 A씨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이 보통 1800에서 2300위안(미화 약 250~320달러) 사이인데 이 중에서 적게는 130달러 많게는 200달러까지 당 자금과 여맹비 또는 직맹비로 낸다”며 “한 달에 150위안(약 20달러) 정도를 용돈으로 받는 게 다고 나머지 100달러 정도는 돌아가면 주겠다는 게 북한이 내세우는 원칙인데 이 돈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고 있는 북한 사장들은 최근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돼지를 잡아서 먹이기도 하고 한 번씩 건너뛰던 용돈을 지난달에는 대부분 지급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