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반장들이 주민 세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의심 신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반장의 권한이 과도해졌다는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보천군 읍에서 세외부담을 거두기 위해 한 주민 세대를 방문한 인민반장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외부에서 돈을 받은 것 같다며 상부에 의심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민반장이 방문했을 때 해당 세대는 때마침 아침 식사를 차리는 중이었는데, 식탁에 쌀밥과 돼지고기볶음 그리고 그 외 몇 가지 반찬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인민반장이 곧장 읍사무소에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저런 반찬은 좀 이상하다”, “외부로부터 송금받은 정황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날 해당 세대에 생일자가 있어 특별히 신경 써서 아침상을 차린 것뿐이었으나 인민반장이 의심 신고를 하는 바람에 안전부 조사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이 세대는 안전부에 소환돼 밀수 등 불법 장사에 관여한 게 있는지, 외부와 연락한 게 있는지 등에 관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밀수나 외부와의 연락, 해외 송금 등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자 별다른 처분 없이 귀가 조치됐다.
이런 가운데 이 주민 세대를 의심 신고한 인민반장은 군당으로부터 ‘일 잘하는 반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이 사건이 있고 나서 보천군 일대에서는 인민반장들이 주민 세대들을 방문해 생활 수준이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고 한다.
이런 실정에 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는 밥상에 반찬 하나 잘못 올려도 의심받는 세상”이라고 토로하기도 하고 “사사로운 감시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인민반장들의 행태에 불쾌감도 드러내고 있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는 “밥상도 통제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인민반장을 밥상에 먼저 앉히자. 그래야 말이 없겠다”는 등 비꼬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예전에도 인민반장을 반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인민반장들이 거들먹거리면서 ‘권력자’처럼 행동하니 이런 거만한 태도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3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대회를 기점으로 뚜렷해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인민반장들의 활발한 활동과 역할을 강조한 당시 대회를 계기로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을 더욱 거칠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의 감시 권한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제는 국가보다 문 앞의 인민반장이 더 시끄럽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민반장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인민반장 같은 생활 단위 감시자들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는 방식은 국가가 내부 통제를 강화할 때 활용해 온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