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폭로된 北 보위원, 지금도 버젓이 러시아서 활동 중

北, 제보를 '적들의 모략'으로 규정 지어…"여러 명의 노동자가 제보자로 지목돼 귀국 조치돼"

2019년 6월 당시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 이곳에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지난 1월 말 본보의 제보 기사를 통해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인권유린 가해자로 폭로된 보위원 최성철이 여전히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에서 지역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6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 씨는 현재 이르쿠츠크 지역의 주요 건설 대상은 물론 국가 계획분(상납금) 및 노동자 동향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한 노동자의 제보에 의해 노골적 상납금 요구 등 그의 비행이 폭로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별다른 인사 조처 없이 여전히 러시아 현지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측은 적(敵)들의 말을 듣고 간부사업(인사)을 해 조동시키거나 귀국 소환 처리하는 것은 적들의 모략에 놀아나는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 씨의 비행 폭로를 ‘적들의 모략’이라고 규정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어 소식통은 “기한이 되거나 다른 특별한 조치로만 간부사업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해외 외화벌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과의 기싸움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일로 1명도 아닌 여러 명의 해외 파견 노동자가 최 씨의 비행 제보자로 지목돼 귀국 조치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노동자들에게 보위지도원 밀고(제보)는 보위기관에 대한 도전장이고 반역이라는 경고를 주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중앙당에는 보고되지 않고 국가보위성 선에서 마무리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중앙에 (사안을) 보고하면 이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제기돼도 자기 단위에서 조사해서 처리하고 심려 사항은 최대한 올리지 않는 게 최근 추세”라고 했다.

다만 국가보위성은 제보자를 ‘역겨운 인간쓰레기’라고 규정하면서 향후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형태로 또다른 제보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최 씨에 대한 현지 노동자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인식은 국가보위성 내부 인사 평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최성철은 날갯죽지가 꺾였다”면서 “국가보위성은 은밀하게 ‘최성철은 돈 빨아가는 피빨아먹개’라는 노동자들의 평가를 수집해 갔는데, 향후 민심이 더 좋지 않으면 이를 근거로 최 씨를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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