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지원 내세워 주민에 “현금 내라” 강요…이중 삼중 고역

자발성의 원칙에서 지원물자 내고 시멘트 등은 무조건 수행하라 포치…생활난 겪는 주민들 한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내각과 성·중앙기관 일꾼들이 ‘특급재해비상지역’ 수재민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북부 국경 지역에 발생한 수해와 관련해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이 지원사업 명목으로 세외부담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 기관·기업소, 근로단체, 학교, 인민반 등 각 조직에 피해 복구 지원을 내세운 사회적 과제가 내려졌다”며 “방학 중인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사회적 과제가 예외 없이 부과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내린 폭우에 양강도 지역에도 침수,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 여러 세대가 한지에 나앉고 일부 도로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침수되고 무너지고…양강도 혜산시도 폭우 피해 심각)

이런 가운데 양강도 당위원회는 지난달 말에 이어 이달 1일에도 혜산시 각 조직의 책임자 회의를 소집해 혜산시를 포함한 도내 군 지역들의 수해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조직별로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보내줄 지원 물자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자발성의 원칙에서 하는 지원 외에 조직별로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구체적으로 부과됐다.

이에 따라 실제 혜산시의 한 인민반은 지난 1일 인민반 회의를 긴급히 소집하고 자발적인 과제와 무조건적인 과제 등 두 가지를 주민들에게 포치했다.

자발적 과제는 각 세대에서 수해 피해 주민들을 위해 식량과 옷가지, 그릇, 이불 등을 양심껏 지원하라는 것이고, 무조건적인 과제는 세대별로 현금(북한 돈) 3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현금 3만원은 해당 인민반에 시멘트 300kg과 모래 250kg이 과제로 부과된 데 따른 할당 액수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제가 인민반뿐만이 아니라 직장과 학교 등 조직별로 각기 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세대마다 이중 삼중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주민들이 이중 삼중의 과제를 수행한 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부담스러운 과제가 내려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과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무슨 일만 생기면 주민들의 생활 형편은 안중에도 없이 과제를 내려 먹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나라(북한)의 오래된 방식”이라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폭우로 인해 발생한 수해 피해 주민들의 생필품 마련과 파괴된 도로, 다리 보수에 필요한 비용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됐다”고 꼬집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하루 세끼를 잊어버릴 정도로 생활난을 겪는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일은 더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는 행위”라며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그런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