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발생한 수해를 대대적인 선전선동의 기회로 삼고 있다. 피해지역은 물론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방송차와 선전대가 매일 아침저녁 쉴 새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고 피해 복구 지원사업에 나서라고 선동하고 있어 주민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수해가 발생한 국경 지역은 물론이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들에서도 현재 도·시·군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모든 방송차와 기관·기업소의 예술기동선전대가 총동원돼 선전선동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식통은 “지금 신의주에서는 아침 6시부터 방송차가 거리를 질주하며 위대한 원수님(김 위원장)의 사랑의 역사를 선전하고 있고, 오전 두 번, 오후 두 번 피해 복구 지원사업에 떨쳐 나서야 한다는 방송원들의 목소리가 매일 같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예술극장 예술인들도 여러 개의 선전대 소조로 나뉘어 철길, 도로, 강하천을 비롯해 토석류가 쌓여있는 복구 작업장에서 연일 선전선동 활동을 벌이고 있고, 신의주낙원기계공장 예술기동선전대는 매일 제8기 제22차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결정을 결사 관철해나가자는 취지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피해복구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주민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주민들 속에서는 “요즘 방송차만 신나 보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속뒤집는 소리만 해댄다”, “당장 내 새끼 뭘 먹이나 걱정인데 속 시끄럽게 종일 떠들어 댄다”, “뭐가 그렇게 크나큰 사랑이고 세상에 다시 없는 수령복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 사업에 몰두하면서 모두가 지원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호소하고 실제 복구 사업에도 총동원하자 주민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남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여성 주민은 “지난달 말부터 세대주인 남편은 물론 나와 중학생 자식까지 지원 및 동원사업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배급이 없어 내가 하는 먹거리 장사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시피 하고 있는데 지금 그것 마저 하지 못해 생계가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북한 당국의 지원 호소와 동원사업에 대한 불만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더 크게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 사람들의 상황이 피해를 본 사람들보다 더 안 좋다”며 “매일 벌이를 해야 하는 실정인데 큰물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은 물론 피해 복구 노력 동원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당연히 불쌍하고 안됐지만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계속되는 동원과 지원사업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매일 끼니 걱정을 하며 하루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계속 지원이니 동원이니 끌려다니면 내 가족 끼니는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