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경남도 검찰소가 7월 중순부터 도내 시장관리소 검열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검찰소는 이번 검열을 통해 시장관리소들의 비리를 모두 들춰내고 문제가 있는 일꾼을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상인들은 “달라질 건 없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검찰소는 6~7명 규모의 검열조를 조직해 지난달 19일을 기해 신포시, 리원군, 허천군, 고원군 등지의 시장관리소들에 대한 검열에 착수했다.
이번 검열은 지난달 15일 신포시 풍어동지구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지방경제발전 관련 협의회를 개최하고 함경남도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비법 행위를 지적한 데 따라 도당위원회가 지시를 내려 이뤄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국가가 공식 인정한 시장이 함경남도에만 50여 개가 있다”며 “이런 시장을 관리하는 시장관리소에서는 장사꾼들에게서 매일 장세를 거둬들이는데, 매대 면적과 위치에 따라 장세가 다 다르다 보니 시장관리소 일꾼들과의 인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대 크기와 위치에 따라 장세를 징수하는 기준이 정해져 있으나 시장관리소 일꾼들이 안면관계에 있는 상인들에게는 자리를 넓혀주면서 장세를 적게 받는 등 일종의 봐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시장관리소 일꾼과 상인들 간에 은연중에 갑을관계가 형성되는데, 도 검찰소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기초해 시장관리소 일꾼들이 세금 징수 등에서 비법·부정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장관리소 일꾼들은 검열 내려온 도 검찰소 겸열성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상시 좋은 관계를 맺었던 일부 상인들에게 ‘아첨용 뇌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뇌물은 각 상인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담배 몇 갑부터 현금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평소 시장관리소 일꾼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여러 가지 편의를 보장받아온 상인들은 군말 없이 뇌물 공출 요구에 응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검열에서 문제시돼 시장관리소 일꾼이 교체되기라도 하면 또 새로운 일꾼들과 안면관계를 트고 인맥을 쌓아야 하는 데다 이 과정에 상인들끼리 경쟁이 붙어 목 좋은 자리를 빼앗기기라도 하면 장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여유만 되면 일꾼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관리소 일꾼들이 검열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상인들에게 아첨용 뇌물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은 삽시에 시장에 쫙 퍼졌는데, 이에 상인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뇌물 요구를 받지 않은 장사꾼들 속에서는 ‘차라리 눈치라도 보이지 않게 뇌물을 골고루 할당하면 낫겠는데 시장관리소가 사람에 따라 뇌물을 할당하니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단 얼마라도 내는 게 속 편한데 마음만 불편하게 하고 있다’면서 시장관리소 일꾼들의 처사에 불만을 갖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혹여 이번 검열에서 시장관리소 일꾼들이 문제시돼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이전과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게 뻔하다면서 도 검찰소의 검열에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